[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003600)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의 회삿돈 횡령 혐의 재판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 25일 열린 제15차 공판에선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배임 죄를 적용할 수 있는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최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죄목 중 하나로 비상장회사인 아이에프글로벌(IFG)의 주식 고가 매입에 따른 배임 혐의를 적용했는데, 검찰측 핵심증인이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자신이 친구 명의로 보유한 IFG 주식을 SK 계열사가 투자한 펀드(창투사 베넥스가 만든 펀드)로 하여금 시세(29억)보다 고가(230억)로 매입하게 해 해당 펀드에 201억 상당의 손해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날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김 모 전 베넥스 이사는 이전 진술을 번복했다. 김 이사는 "IFG 주식 매입가격 결정은 2010년 5월 말에 이뤄졌고, 골드만삭스리포트와 천일회계법인 보고서에 기초한 정상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다섯번의 검찰조사 당시 "IFG 매입가는 (회계법인에 의뢰한 5월 3일 이전인) 4월 말 결정됐고, 검찰 진술 전에 김앤장 변호사를 만나 '최재원 부회장은 투자 마지막 단계에 연락했다'는 내용으로 하자고 협의했다"고 밝힌 것과 정반대 진술이다.
이 때문에 이날 검찰과 변호인간 감정이 격화돼 잠시 휴정하기도 했다. 핵심증인 김씨가 검찰에 제출한 `김앤장 변호사 미팅 관련 아젠다`와 `김앤장 변호사 미팅관련 사항 정리` 진술서를 법정에서 공개할 수 있느냐를 두고 갈등이 컸다.
변호인측은 "IFG 협상 파트너였던 마모씨도 스승의 날 무렵인 5월 중순 매입가가 결정됐다고 진술했다"면서 "타임교육의 나스닥 상장 주관사였던 골드만삭스의 평가방법론은 신뢰할만 하며, 김 씨가 작성한 문서에 변호인들 이름이 들어가는 바람에 (해당 변호사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측은 "수백억 투자를 하면서 실사도 없이 골드만삭스의 몇 장 짜리 보고서에 기초해 회계법인에 주식평가를 의뢰한 점이나 투자 결정 시기가 한 달도 안 된다는 점 등을 보면 정상적인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검찰 조사 당시 정신이 패닉상태여서 변호사는 '사실대로 말하라'고 조언했지만, 제가 (잘못된 진술서를 써서) 꼬이게 만들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검찰측은 "변호인을 만나고 온 2010년 11월 26일 진술조서가 논란인데, 패닉 상태라면 사건의 발생시점을 스스로 재정리할 수 있었겠냐"면서, 이원범 부장판사에게 "항소심과 대법원이 남아있으니 이날의 발언을 조서에 정확히 남겨달라"고 요구했다.
최태원 회장 형제의 재판은 오는 29일 저축은행 관계자들에 신문을 끝으로 검찰측 증인 신문이 종료된다. 이후 SK텔레콤 전 임원 등 11명의 변호인측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신문이후 7월 초까지는 1심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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