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로 약 5000억원 유치… 해외투자 유치도 565억원 달성
14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엔젤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팁스 지원을 받은 창업팀(스타트업) 309개사가 3년간 유치한 국내외 민간투자 금액은 총 4945억원으로 집계됐다. 창업 초기 진행되는 엔젤투자로 613억원이 투입됐고 후속투자의 경우 309개사 중 142개사가 총 4332억원을 유치했다. 1개사당 16억원의 민간투자를 받은 셈이다.
특히 후속투자를 받은 142개사 중 29개사는 해외 VC들로부터 4708만 달러(약 564억9000만원) 투자받는 등 해외투자 유치에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팁스 관련 예산도 2014년 268억원에서 올해 840억원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1042억원까지 확대된다.
팁스는 정부가 선정한 엔젤투자자 등 민간 운영사가 1억원을 선(先)투자하면 정부가 R&D 지원금 최대 5억원, 연계 지원 최대 4억원을 투입해 3년간 모두 10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 정부는 기술창업 활성화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해 ‘창업선진국’ 이스라엘 민간투자 모델을 연구했고 이를 한국식으로 개량해 2014년에 선보였다. 팁스가 롤모델로 삼은 정책은 이스라엘이 1991년부터 추진 중인 ‘T.I(Technological Incubator)’로 민간이 투자한 기업에 정부가 매칭 지원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행 팁스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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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팁스 지원팀인 국내 매장분석 솔루션 스타트업 조이코퍼레이션도 지난달 중순 일본 벤처캐피털(VC) 글로벌브레인 등으로부터 4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시리즈B 투자 유치는 정식 서비스의 가능성이 인정받았을 경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용도로 추진된다. 사업 초반 팁스 프로그램으로 안정적 엔젤투자를 받은 이후 내실을 기해 해외 후속투자까지 유치한 셈이다.
황조은 케이큐브벤처스 매니저는 “초창기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최대 10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정부 사업이 별로 많지 않은데다 통상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도 약 5억~6억원이어서 초기 기업입장에선 매우 큰 액수”라며 “민간 운영사들이 주도해서 진행을 하다 보니 창업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할 수 있어 자율성이 부여된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운명체’로 결속력 강하지만… 사회적 이해도 여전히 낮아 ‘과도기’
하지만 팁스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2015년 팁스 제도를 발칵 뒤집히게 했던 ‘더벤처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은 팁스 제도 중 하나인 창업팀과 운영사의 지분 교환에 대한 부분을 ‘지위를 활용한 불법적 지원금 횡령’으로 봤다.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운영사로서 지위를 활용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가로 약 30억원 상당의 지분을 받았다는 혐의였지만 결국 재판 결과는 1, 2심 모두 무죄 선고로 끝났다. “창업 현장과 스타트업계의 현실을 모르는 검찰의 무지한 수사”라는 비판이 벤처업계에서 터져나왔던 이유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창업 생태계와 투자 논리에 대해 무지한 검찰의 막무가내 수사였다”면서 “사회적으로 창업 투자 및 스타트업계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던 과도기적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이 사태 이후 중기부는 운영사의 지분율을 30%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신설하는 등 정부 제한 요소를 늘렸다. 이는 팁스의 롤모델인 이스라엘 T.I 프로그램의 지분율 수준(최대 50%)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민간 주도로 잘 운영됐던 팁스가 단 한 번의 ‘엉뚱한’ 검찰 수사로 정부 가이드라인이 생기는 등 제한이 확대된 것.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팁스가 재조명을 받으며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만큼 향후 이같은 과도기를 넘어 사회적인 인식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벤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지분율 등에 대한 국내 시스템과 정서의 수준이 창업선진국인 이스라엘과 미국과는 아직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팁스는 자금투자뿐만 아니라 후속으로도 멘토링, 적절한 감시, 지원 등 기업의 밸런스를 맞춰주기 때문에 향후 우리 정부에서 더욱 확산시켜나가야 할 모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