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집안에서도 불법입니다"

뉴욕주 가정폭력통합재판부 에스더 모겐스턴 부장판사 인터뷰
“한국 가정법원 판사 순환보직 문제 있어..전담 판사 필요”
  • 등록 2016-12-05 오전 7:00:00

    수정 2016-12-05 오전 7:00: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30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도 가정폭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범죄로 인식한다. 가정 내 폭력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정부의 원칙이다.”

에스더 모겐스턴 미국 뉴욕주 가정폭력통합재판부 부장판사(사진=여성가족부 제공)
미국 뉴욕주 가정폭력통합재판부(Integrated Domestic Violence Court) 에스더 모겐스턴(Esther M. Morgenstern) 부장판사는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효과적 모델을 소개하기 위해 여성가족부·한국여성인권진흥원 초청으로 방한했다.

우리나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법)은 가정보호를 주목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미국은 가정내 폭력이라고 해도 가해자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 집 밖에서 일어난 폭력나 집 안에서 일어난 폭력이나 같은 잣대로 판단한다.

모겐스턴 부장판사는 “길을 가다가 누군가 나를 때리면 당연히 때린 사람의 잘못이다. 폭행사건이 집안에서 일어났다고 해서 왜 판결이 달라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은 가정폭력전담법원을 두고 가정폭력사건과 관련된 모든 소송(형사소송, 민사소송, 이혼소송)을 전담판사가 집행한다.

특히 미국은 한 가정과 연관돼 일어나는 민·형사 등 다양한 법적 소송을 한 법원에서 한 명의 법관에 의해 심리하도록 하고 있다. 가정폭력과 이혼, 아동보호 등의 문제를 별개의 사건으로 보지 않고 통합법정에서 다루면서 총괄 심리를 진행한다.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다.

13년째 가정폭력통합재판부에서 근무 중인 그는 “이전까지만 해도 다른 법원에서 진행되는 사건에 대한 정보공유가 어려웠지만 현재는 그 가정과 관련된 보호명령 등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게 돼 일관된 판결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90%는 여성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가정폭력으로 인한 형사소송을 원치 않아 합의로 사건을 종결한다. 가정폭력 재발률이 높은 이유다.

올해 그가 맡은 가사사건은 1100건, 이혼은 25건이다. 모겐스턴 부장판사는 “법을 어겼다면 처벌도 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피해가정을 도와줘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으로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치료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한 후 서울가정법원을 찾아 근무 중인 가정법원 판사들을 만났다. 모겐스턴 부장판사는 역대 서울가정법원장이 모두 남성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모겐스턴 부장판사는 “미국 가정폭력과 관련된 법조시스템 현 수준으로 정비되는 데 30년가량 걸렸다”며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고 강조력 덕분”이라고 했다. 사이버스토킹 관련 법제정과 목졸림 처벌 법제화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목졸림 같은 경우 흔적이 남지 않으면 증거가 없어 기소할 수 없었지만, 최근 목졸림 정황 상황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요건이 만들어졌다”며 “판사들이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 전문적인 시각과 지식을 갖게 되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겐스턴 부장판사는 “보직을 순환해 근무하면 문제 해결에 덜 헌신적일 수밖에 없다”며 “법원도 소송 대상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여성, 성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법관들로 재판부를 구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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