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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은 21일 한진해운 선박을 대체하기 위한 유럽행 컨테이너선의 첫 출항시기를 오는 29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해양수산부와 현대상선은 지난주 내 유럽행 선박을 투입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계획한 시기는 이미 지났다.
출항시기 확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화주들의 신청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화주들이 대체선박 이용보다는 현대상선의 기존 유럽행 노선 또는 글로벌 해운사들의 노선을 이용하는 쪽을 선택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현대상선은 앞서 출발한 미국행 선박 2척의 출항 시점을 연기해가며 화주 모으기에 열을 올린 바 있다. 각각 하루, 이틀씩 출항일을 미뤄 90%대 선적률을 달성했지만, 돌아오는 선박의 선적률은 50~60%대로 낮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 전날인 지난달 31일 현대상선 선박 4척과 9척을 각각 미주, 유럽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부산항을 경유하는 미주 3개, 유럽 1개 등 한진해운 단독 노선운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해수부가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됐다. 해수부 측은 한진해운의 기존 노선 수요를 바탕으로 이런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 국적선사에 대한 화주들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해외 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경우가 늘어난 점도 현대상선 대체 선박 투입이 미뤄지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초조한 모습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하염없이 현대상선 선박을 투입하다보면 3분기 성수기 효과는 누리지 못한 채 손실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정부의 요청에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되 출혈을 마다해가며 노선을 운항할 필요는 없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라며 “현대상선의 대체 선박 투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선박을 투입하게 되면 다른 화주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영업활동을 벌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현대상선 측에 선박 투입을 요청한 것일뿐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가며 요청하는 상황도 아니어서 결국 운항 손실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현대상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