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명가’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003620))의 지난 50여년간 역사는 비포장도로만큼이나 울퉁불퉁했다. 무쏘·코란도 같은 효자를 뒀지만 정작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일명 ‘쌍용차 사태’로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서 사회면에서 비중있게 다뤄지기도 했다. 주가는 한때 ‘동전주’ 수준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겪었다. 인도 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아 지난해 ‘티볼리’ 열풍을 이끌며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했다. 올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통해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쌍용·대우그룹, 새주인마다 잇단 해체
쌍용차는 1962년 설립된 하동환자동차공업이 모태다. 1975년 상장해 주식시장에서만 40여년간 자리를 지켰다. 동아자동차공업으로 사명을 바꿨다가 1986년 쌍용그룹이 인수하면서 지금의 쌍용자동차로 변경된다. 쌍용그룹 편입 전 수천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이후 1만원대를 넘어 1990년 2만원까지 상승하게 된다. 독일의 벤츠와 기술·자본제휴를 맺으면서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킨다. 주력차종인 SUV 무쏘, 코란도가 내수·수출을 주도했고 승합차 이스타나, 세단 체어맨도 꾸준히 팔려 199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보낸다.
1996년에는 매출 1조 클럽에도 가입하지만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1998년 1월 대우그룹에 팔렸다. 그해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는 전년대비 48.5% 급감했으며 회사 매출액 역시 7942억원으로 반토막 난다. 이듬해 대우그룹 부도 사태를 맞으면서 12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다. 쌍용차를 품은 그룹이 모두 해체되는 진통을 겪은 것이다. 수 천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워크아웃 신청 전후 1000원 아래로 떨어진다. 2000년 2월 4.65대 1의 비율로 무상감자를 실시하면서 잠시 회복하는가 싶지만 2002년 초 600원대까지 내려가게 된다.
새로운 주인을 맞았지만 SUV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2006년까지 주가는 하향추세를 이어간다. 상하이차와의 시너지도 나타나지 않아 주가는 4000원대까지 떨어진다. 그러다가 2007년 들어 상승 반전해 상반기 8000원선까지 회복하는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마힌드라 품…티볼리로 화려한 복귀
법원은 네 번째 주인과도 결별한 쌍용차에 대해 2010년 매각을 추진하고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 이듬해 회생절차를 마치고 코란도 C와 체어맨 W를 출시하면서 본격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 코란도 투리스모 등 새로운 차를 내놓지만 2014년까지 시장 점유율 5%를 밑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무쏘를 필두로 20% 이상을 차지하던 것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소형 SUV 티볼리는 이 같은 고민을 해소시킨데 일조했다. SUV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시장 트렌드에 맞춘 제품으로 ‘티볼리 열풍’을 이끌며 지난해 4만5000여대를 팔아치운다. 시장점유율은 6%대까지 올라가고 주가 역시 1만원선에 도달한다. 4분기에는 8개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연간 영업손실도 358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올해 1분기에도 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올해 턴어라운드와 내년 렉스턴 후속모델 출시 등 본격 모멘텀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달 초에는 올해 내수시장에서 11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달 내수·수출 판매대수는 1만4200여대로 6개월 연속 판매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미세먼지 이슈에 따른 디젤 배기가스 규제 강화와 하반기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은 우려 사항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티볼리 에어 출시로 내수·수출이 호조고 인도 수입수수료 유입으로 흑자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디젤의 배기가스 문제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가솔린이 얼마나 잘 방어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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