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은 “코인판 리먼 사태”...개미투자자, 몽땅 날릴 수도

최대 500억 달러 파산신청...채권자만 10만 명
개인·기관투자자 거액 손실 가능성 커져
국부펀드·헤지펀드, 수천억원 손실처리 불가피
유동성 위기 확산…‘코인판 리먼 사태’ 우려
  • 등록 2022-11-12 오후 3:04:48

    수정 2022-11-12 오후 3:04:48

[이데일리 박민 기자] 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11일(현지시간) 결국 파산 신청을 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회사 부채만 최대 66조원에 이르는 FTX의 이번 파산 신청은 가상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로서 ‘코인판 리먼사태’로 번질 우려가 커졌다.

대형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유동성위기에 놓여 11일(현지시간) 결국 파산신청을 했다.(사진=연합뉴스. AFP)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세계 코인 거래소 가운데 한때 3위를 기록했던 ‘코인 제국’이 유동성 위기로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FTX의 이날 파산 신청은 ‘코인판의 리먼 사태’이자 ‘엔론 사태’로 불릴 정도로, 가상화폐 시장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델라웨어주 파산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FTX는 최대 500억 달러(66조 2000억원) 부채를 안고 파산을 신청했고, 채권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이는 가상화폐 업체 중 역대 최대이자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파산 신청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FTX와 어떤 형태로든 금융 거래를 한 이해 당사자는 벤처캐피털과 연기금, 코인업체는 물론 개인 투자자와 유명인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코인 거래를 위해 FTX에 돈을 예치해뒀던 개인 투자자들이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몽땅 날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오언 라우 애널리스트는 “FTX 소매 고객이 무담보 채권자로 분류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기관 투자자보다 채권자로서 우선순위가 낮아져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실이 예상되는 기관 투자자도 광범위하다. 지난 1월 FTX 투자금 조달에 참여한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헤지펀드 타이거 글로벌과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등은 각각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원 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

FTX와 금전 거래를 해온 코인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FTX로부터 한때 자금 지원을 받았던 코인 대부업체 블록파이는 유동성 위기에 고객의 자금 인출을 중단했다.

이처럼 FTX 파산 신청이 코인 업계를 넘어 수많은 금융 기관 투자자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코인판의 리먼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CNN 방송은 2008년 전 세계에 충격을 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빗대 FTX 붕괴가 ‘리먼 모멘트’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FTX 몰락을 2001년 회계 부정으로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 사태에 비유하면서 “금융상 오류가 아니라 사기 냄새가 난다. 거대한 (코인) 재산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아무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폭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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