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영등포구에 살고 있지만 시설과 서비스가 좋다고 소문난 강남구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했다. 2주에 400만원. 중소기업을 다니는 남편 월급은 한 달에 300만원이 안된다.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던 김씨는 출산을 앞두고 퇴직했다. 사실 버거운 금액이었지만 산후조리원 동기끼리 최신 육아 정보 등을 공유하고 조리원을 나온 이후에도 지속적인 만난다는 얘기에 잘 사는 동네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싶어 무리를 했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김씨는 출산 전 남편과 함께 유아용품 박람회에서 구입한 디럭스형 유모차를 꺼냈다. 아기가 돌이 되기 전에는 절충형이나 휴대용 유모차보다는 다소 무겁고 비싸도 디럭스형 유모차가 좋다는 소리에 눈 딱 감고 샀던 제품이다. 바퀴가 커서 충격흡수가 잘되고 시트가 넓어 아이를 눕히기 편하다. 김씨는 ‘역시 비싼 게 좋긴 좋아’라고 생각하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백화점 유아용품 매장에 도착하자 조리원 동기가 먼저 와 있다. 끌고 온 유모차를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최고급 브랜드 유모차다. 인터넷 판매가격이 최소 300만원이 넘는다. 아기옷과 젖병, 겉싸개도 최고급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고가브랜드 제품이다. 대충 계산해도 30만~40만원은 넘어 보였다. 김씨는 왠지 자신과 아기가 초라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직접 착용해보니 확실히 비싼 제품이 허리나 어깨에 주는 피로감이 덜한 것처럼 느껴졌다. 겨울에는 아기 담요가 필수라는 직원의 말에 아기띠와 힙시트, 담요를 합쳐 50만원에 구입했다.
출산 전 아기 옷이나 가재수건, 기저귀 가방 등을 사뒀지만 막상 백화점에 와보니 더 좋고 새로운 상품이 많았다. 필요한 것만 산다고 했는데도 결국 20만원을 더 썼다.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김씨는 남편과 통화를 했다. 남편은 ‘이미 있는 걸 뭐하러 또 샀냐’고 잔소리를 했다. 김씨는 “첫 아이인데 그 정도도 못해주느냐. 꼭 필요한 것만 샀다”고 항변했지만 다음 달 카드값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는 했다.
김씨는 남편을 졸라 만삭 전에 떠난 태교여행 때 300만원을 썼다. 또 출산비용(제왕절개)과 병원비, 산후마사지와 보약 등에도 500만원 넘게 지출했다. 퇴직금과 친정·시댁에서 보태준 돈으로 메우기는 했지만 줄어든 통장 잔고를 보면 속이 쓰리다.
하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저귀, 분유값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카시트, 돌잔치 등 앞으로 돈 들어갈 곳이 천지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돌만 지나도 영어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김씨는 ‘다시 맞벌이를 시작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육아 비용 부담에 고민하는 초보맘의 하루 일상을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3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