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응팔' 혜리의 노래, '응사' 도희의 연기

  • 등록 2016-01-20 오전 8:03:58

    수정 2016-01-22 오전 11:01:12

[이데일리 고규대 연예스포츠부 부장]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가고 싶었던 학과나 꿈꿨던 일이 상상처럼 이뤄지기 쉽지 않다. 더욱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마음이니 끈기있게 끌고 나가는 것도 웬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초심을 지키는 것, 계획을 실천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성공한 한 출연진의 초심에 대해 연예가의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 될 것이라는 ‘어남류’와 어차피 남편은 (최)택이라는 ‘어남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주인공을 맡은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그 주인공이다.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교관 앞에서 눈 코 입을 찡그리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으로 주목을 받더니 드라마 한 편으로 최고의 스타덤에 올랐다. 혜리는 이제 배우로 확고한 자리를 잡은 것일까, 원래 걸스데이 활동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앞서 ‘응답하라’ 시리즈는 수많은 스타를 만들어냈다. 정우, 유연석, 손호준, 도희, 고아라 등이 그 주인공이다. 드라마 방영 당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들이라 방송이 끝난 이후 온갖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제 멋에 겨워 입맛에만 맞는 작품을 고른다는 둥, 본업을 제쳐두고 스타병에 빠졌다는 둥 구설도 많았다.

혜리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걸그룹 타이니지의 멤버인 도희가 받았던 당시와 닮은꼴이다. 도희는 막 데뷔한 걸그룹의 멤버였지만 2013년 ‘응답하라 1994’ 출연 이후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능청스러운 사투리, 꾸밈없는 표정 연기가 기성 배우 못지 않은 인기를 낳은 요인이었다. 혜리의 스타덤을 두고 많은 이들이 열광했지만 정작 도희는 본업이었던 가수 생활을 접고 말았다. 타이니지 다른 멤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길을 가겠다며 훌쩍 팀을 떠나고 말았다.

혜리는 지난해 중순, 오는 2017년 전속계약이 만료됨에도 미리 소속사와의 재계약을 끝냈다. 2년 추가 계약으로 배우 활동 외에도 걸스데이의 멤버로 어떤 무대라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다짐도 했다고 한다. 무명 시절을 함께한 소속사와의 인연과 노래에 대한 열정, 그리고 다른 멤버에 대한 의리도 지키겠다는 것이다.

도희는 지난해말 한 드라마 간담회에서 “제가 제일 처음에 시작하고 싶었던 건 가수였다. 꿈꿔왔던 분야이기 때문에 아직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아쉬움인지 후회인지 알 수 없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타이니지는 ‘잠정’이라는 단서를 달아 활동을 중단했지만 멤버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졌다. 도희 역시 ‘응답하라 1994’ 이후 연기로 뚜렷한 입지를 얻지 못했다. 어찌보면 마지막까지 단 맛을 본 이는 없는 셈이다.

연예계에 ‘배우병’이라는 말이 있다. 주목받는 배우가 되면 안하무인의 성격이 된다는 말이다. 한자어를 풀어헤쳐 사람(人)이 아니어서(非) 배우(俳優)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딱히 배우에 한정할 만한 말도 아니다. 스타덤에 오른 이라면 한번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경험을 고백하곤 한다. 가수만 된다면 연기할 수 있다면 동네잔치라도 단역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다짐과 계획은 이미 물 건너 간다. 20년째 소속사를 바꾸지 않은 배우 손예진, 18년 동안 흩어지지 않고 한 그룹으로 활동하는 그룹 신화 등이 박수를 받는 이유다. 혜리 역시 ‘응팔’의 인기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 겸 가수로 남길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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