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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나오지만, 유가족들에게 ‘일상’은 기약할 수 없는 머나먼 미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 유가족 가슴에 패인 멍자국을 지우는 치유의 일이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이유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논란이 컸던 상황에서 안산에서는 유가족들의 치유를 위해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안산온마음센터는 그동안 유가족 치유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센터는 세월호 참사 후 정신적 충격을 받은 유가족과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복지부가 지난 5월 안산에 설치한 심리치료센터다. 설립 이후 이번 달까지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255가구를 비롯해 단원고 학생과 가족, 교사 등 1만7482명의 심리상담이 진행됐다.
1만7482명 상담 진행, “적어도 1~2년 치유 필요”
이 같은 심리 상담이 처음부터 수월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유가족들에게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충격도 컸지만 이후에 벌어진 논란은 가슴의 상처를 더욱 깊게 했다. 유언비어, 인신공격, 막말, 욕설로 인한 ‘2차 피해’가 이어졌다.
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하는 이세연 정신과 전문의는 “크게 보면 세월호 문제지만 상담을 해보면 가족들마다 사연이 다르다. 그런데도 너무 정치적인 이야기로 치부하는 것 같아서 유가족들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며 “가족들에게 적어도 1~2년간의 치유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 받아줘서 고맙다’는 말씀 듣고 쌓였던 시름 덜어”
이 같은 트라우마를 겪는 유가족들이 센터에 선뜻 손을 내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센터는 그동안 심리전문가, 복지전문가, 간호사 등으로 팀을 꾸려 가정 방문을 하고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의 심리 안정 지원을 해왔다. 센터는 또 치유 단계를 급성기(1개월 이내), 아급성기(3개월 이내), 회복기(3개월 이후), 일주기(1년)로 나눠 요가, 미술치료 등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볼썽사나운 예산 갈등..“우리 지역주민이라는 생각으로 만나야”
하지만, 치유 상담자들의 고민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예산을 둘러싸고 최근 불거진 갈등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안산 온마음센터 운영비 40억원 가운데 50%인 20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복지부는 그러면서 부족한 운영비 20억원은 경기도와 안산시가 10억씩 나눠서 부담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경기도와 안산시는 세월호 참사가 국가 재난인 것을 강조하며 정부에 ‘전액 국고 지원하라’며 맞섰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립 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해 지속적으로 국가가 지원에 나서고 지역사회와 포괄적인 연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지자체와 정부 간에 예산을 놓고 볼썽사나운 갈등이 벌어지는 셈이다. 국립 트라우마센터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는 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법안이 연내에 처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 치유 상담자들은 오늘도 묵묵히 심리 치유에 집중하고 있다. 안 사무국장은 “지금 제일 고민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유가족이기 전에 우리 지역주민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일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되는 시점에는 유가족과 센터의 시름이 사라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