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회장은 2010년 KB금융 회장을 맡아 두 가지 고질적인 문제에 메스를 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주인 없는 회사의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는 데는 역할을 한 반면, 대형 인수·합병(M&A)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포트폴리오 다양화라는 시도는 좌절로 돌아갔다.
외풍 막고 대규모 구조조정
대대적 구조조정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어 회장 취임 직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희망 퇴직자는 3200여 명에 달해 업계 최대 규모였다. 또 KB국민은행의 영업력 극대화를 위해 본부조직을 축소하는 동시에 본부와 영업점 간 인력 재배치를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주요 보직에 내부공모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투명한 인사운영도 업적으로 들 수 있다.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수익구조 다변화 노력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장 실적이 나진 않았지만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KB樂스타’와 모바일뱅킹인 ‘스타뱅킹’ 등을 론칭하면서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씨를 뿌리기도 했다.
잇단 대형 M&A 실패로 좌절
자연스럽게 M&A에 적극 나섰다. 2011년 외환은행을 시작으로 우리금융, ING생명 한국법인에 이르기까지 대형 M&A에 승부를 걸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M&A가 가장 큰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신한금융은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하면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도는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어 회장이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였지만 번번이 운 때가 맞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 지난해 마지막 승부수로 던진 ING생명은 사외이사의 벽에 막혔다.
어 회장이 회장으로서 제대로 소신을 펴지 못한 배경으로 국내에선 유일무이하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사외이사 제도를 꼽는 목소리가 많다. KB금융의 구조적인 문제가 걸림돌의 하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KB금융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평가도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다른 기업과는 달리 경영진의 거수기에서 벗어나 제대로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CEO가 책임져야 할 구체적인 경영판단까지 관여해 경영진의 발목을 잡는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KB금융은 여전히 갈림길
KB금융은 여전히 갈림길에 서 있다. 우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M&A를 위해 쌓아둔 돈이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여전히 잉여자본 상태”라면서 “돈이 되는 곳에 투자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난관에 부딪혔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 중 은행 집중도는 83%에 달해 신한금융과는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어 회장 취임 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강조한 은행 집중도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결국 대형 M&A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KB금융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윤대 회장은 오는 7월 말 임기가 끝난다. 오는 4월이면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가 꾸려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임기는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특히 KB금융은 박근혜 정부 금융권 인사의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어 회장의 임기보장 더 나아가 연임 여부에 관심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