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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반대하기 위해 선진화법에 찬성한 자신을 ‘죄인’으로 불렀습니다. 왜 죄인이 됐을까요. 선진화법 취지대로 국회의원들 간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싸움은 없어졌는데도 말이죠.
정부·여당이 처리하길 원하는 일명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관련 법안 등이 통과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야 합의 정신을 강조해 국회법을 개정한 선진화법에 ‘법안 날치기 처리’를 못하도록 하는 제동 장치를 뒀는데요. 제동 장치의 핵심은 의결정족수를 강화한 겁니다. 과반수 찬성이 아닌 5분의 3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국회 상임위원회나 본회의 의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 입니다. 여야가 소관 상임위에서 합의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300명의 의원 중 150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 되는 것이죠. 다만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은 쟁점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까지의 절차를 까다롭게 설계한 것이 선진화법입니다.
직권상정(국회의장의 심사기일 지정) 요건도 강화됐습니다. 개정 전 국회법 제85조1항에 따르면 의장은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비교적 직권상정을 쉽게 할 수 있었죠. 그러나 선진화법에선 ‘협의’를 ‘합의’로 바꾸고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를 추가해 직권상정을 어렵게 만든 것이죠. 여야간 합의가 우선이라는 법 취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겁니다. 19대 국회 들어서는 법안 날치기 통과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날치기 통과가 없으니 당연히 여야가 몸싸움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던 거고요.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려고 하는 이유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습니다. 총 의석수 300석 중 제동장치를 무사통과 하기 위한 요건이 되려면 5분의 3, 즉 60%의 의석수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바로 ‘180석’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민생·경제 법안을 야당이 발목 잡고있으니 이를 극복하려면 여당을 지지해야만 한다는 정치적 셈법도 깔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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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은 말 그대로 국회를 ‘선진화’하기 위한 법입니다. 그래서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 시켰던거고요. 이를 다시 고치겠다는 건 직권상정을 쉽게해서 다수당이 원하는 대로 법안을 통과시켜야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다수결의 원리가 아니라 소수 의견은 무시한 ‘다수의 횡포’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 선진화법에 찬성한 의원이 죄를 지은건 결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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