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어수선한데 영풍 조업중단까지…아연 공급대란 오나

폐수무단배출로 석포제련소 두달 조업정지
경영권 분쟁에 고려아연 생산도 불안
영풍·고려아연 전세계 아연 생산량 10% 담당
아연 공급 불안에 산업 생태계 무너질까 우려
  • 등록 2024-11-03 오전 11:33:04

    수정 2024-11-03 오전 11:33:04

[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기자] 고려아연(010130)이 경영권 분쟁으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한 가운데 영풍(000670)이 폐수 무단배출로 두 달 조업중지에 나서면서 국내외 아연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아연 생산량 10% 이상을 책임졌던 두 기업이 휘청이면 국제 아연가격 상승과 제련수수료 인상 등 충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아연은 국가 기간 소재산업인 만큼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사진=영풍]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폐수 유출 관련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 대법원에서 확정됨에 따라 두 달(1개월+30일)간 조업이 정지된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2019년 경상북도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폐수 유출 관련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자 영풍이 취소 소송으로 맞선 것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다. 영풍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에서도 영풍의 주장이 기각되면서 결국 조업정지를 맞게 됐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이 두 달 후 가동을 재개하더라고 고순도 아연괴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정상화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21년 영풍이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을 때에도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 위한 준비기간과 조업정지 이후 재가동을 준비하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4개월가량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아연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아연 시장에서는 중국과 유럽 경기 침체로 아연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급상 공급 우려는 없는 상황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 아연 재고는 25만톤 내외로 작년 말부터 높은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광산기업들이 정광(원료) 공급을 줄여 제련소들의 원료 확보가 쉽지 않고, 제련 수수료도 하락해 글로벌 주요 제련소는 감산 압박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세계 6위인 석포제련소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 글로벌 아연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의 제련소 한 곳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공장이 일시 폐쇄된 상황에서 영풍까지 조업을 멈추게 되면 아연 수급이 타이트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려아연 역시 고려아연 역시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고,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심화되면서 생산 및 공급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쥐게 될 경우 고려아연 핵심기술진의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상태인데다 노조의 반발도 상당하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은 경영권 분쟁에 따른 결과에 따라 파업 등 강경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고려아연은 64만톤, 호주 자회사인 SMC가 21만5000톤, 영풍이 40만톤의 아연을 생산해 고려아연 그룹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10%대를 기록했다. 세계 아연시장 점유율 1위인 영풍과 고려아연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공급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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