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엔비디아 깜짝 실적’에도…삼성전자 외면한 외인

삼성전자, ‘기관 매수’ 속 3거래일 만의 오름세
외국인 또 순매도…이달 하루 빼고 순매도 지속
실적·비관적 전망·환율·금리 등 복합적 요인 얽혀
“중장기적인 기술 리더십 탈환 목표로 해야 반등”
  • 등록 2024-11-22 오전 6:30:00

    수정 2024-11-22 오전 6:30:0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3거래일 만에 강세를 나타냈다.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로 불리는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기록했으나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하락해 국내 반도체 종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주가를 끌어올린 셈이다. 다만,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나 불안감을 남겼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100원(1.99%) 오른 5만 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발표 이후인 지난 18일 주가가 상승한 뒤 3거래일 만의 오름세다. 이날 주가 상승은 519억원치를 순매수한 기관 투자자가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추가 주주가치 제고 대책을 발표할 수 있다는 시장 기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취득 검토 배경엔 최대 주주의 담보계약 평가 가치의 하락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평가 가치 유지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이 추가 발표될 개연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이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나갔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주식 392억원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에도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한 날은 지난 15일, 단 1거래일뿐이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삼성전자 주식 규모만 3조원이 넘는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우는 데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경쟁력 약화, 글로벌 투자은행의 비관적 전망, 환율과 금리 문제까지 복합적 요인이 얽힌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수정 가능성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날 모건스탠리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추고, 유럽중앙은행(ECB)이 AI 관련 주식의 버블 위험을 제기한 점도 삼성전자의 주가 전망엔 악재로 평가된다. ECB는 소수 AI 관련 기업에 대한 수익 기대치가 실망스러울 시엔 글로벌 파급 효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날 위험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근원적 경쟁력이 회복해야 외국인이 다시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사주 취득 결정으로 단기 주가 반등과 하방 경직성이 강화될 순 있으나 펀더멘털 회복에 대한 유의미한 단서가 확인되기 전까지 주가 상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펀더멘털 회복은 단기보다 중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전자로선 단기 동향보다 중장기적인 기술 리더십 탈환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 오히려 주가 측면에서 유의미한 반등 모멘텀일 것으로 판단하고,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 경쟁력 관점에서도 내년에 가장 필요한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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