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를 현실로 만들어줄 기술 다가온다

[미래기술25]스파이더맨·앤트맨 등 영화속에도 등장
얽힘·중첩 특성 이용···휴대폰·통신 영역으로 확장
정연욱 교수 "미래기술인 양자기술 관심 가져야"
  • 등록 2023-11-08 오전 7:40:27

    수정 2023-11-08 오전 8:48:36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단기간에 비약적인 혁신을 이뤄냈을 때 쓰는 ‘퀀텀점프(Quantum jump)’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원자에 에너지를 가하면 전자가 높은 궤도로 도약하면서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에너지 준위가 증가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인류 궁극의 기술로 통하는 양자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얽힘’과 ‘중첩’을 활용하는 이 기술은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주목받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이 국가 전략적으로 양자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구글·IBM·등 글로벌 기업도 양자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양자 기술은 우리에게 친숙한 마블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는 기술입니다. 어벤져스에서는 우주 인구의 절반을 몰살시키겠다는 최강 빌런(악당) 타노스를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자 닥터 스트레인지가 불과 몇 초 만에 1400만 605개의 미래를 봅니다. 그는 아이언맨에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단 하나뿐이라고 말합니다. 앤트맨처럼 작아져 다른 세계로 이동하거나 스파이더맨에서 다중우주가 펼쳐지는 장면 모두 양자역학과 관련이 있습니다.

양자는 나노미터(nm) 10분의 1 수준의 아주 미세한 세계를 다룹니다. 양자역학적으로 ‘얽힘’과 ‘중첩’을 이용하는 양자기술은 원자라는 미시세계를 파고들어 제품 향상이나 기존에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휴대폰부터 TV, 노트북, 원격통신, 나노소재가 대표적인 활용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나노보다 작은 양자의 특성을 이용하면 기존 슈퍼컴퓨터를 도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빠른 정보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순식간에 1400만 개가 넘는 미래의 경우의 수를 따져본 것과 비슷합니다. 양자컴퓨터는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연산을 하는 차세대 미래 컴퓨터인 셈입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은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중이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어벤져스 영화가 미래에 현실로

얼마나 빠른 연산이 가능할까요. 양자컴퓨터는 현재 일반적인 컴퓨터보다 30조배 이상 빠른 연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자 특성을 이용하면 슈퍼컴퓨터로 100만 년 이상 걸리는 게 양자컴퓨터로는 평균 10시간, 빠르면 1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사용되는 전략소모량을 현재 30MW에서 0.05MW로 600분의 1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양자기술은 보안성까지 우수합니다. 누군가 도청을 시도해 정보를 가로채려고 하면 비누 거품 터지듯이 신호 체계가 붕괴돼 도청할 수 없습니다. 특정한 패턴 없이 무작위로 암호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해커가 침입하면 곧바로 탐지합니다. 그리고 해커가 뚫지 못하게 ‘철통보안’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통신망과 연결되는 양자기술은 5G·6G(세대) 이후 해킹 위험을 차단할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처리, 해커도 못 뚫는 보안 기능을 가지게 된 것은 양자 고유의 특성 때문입니다. 현재 컴퓨터는 0과 1의 이진법에 따라 ‘비트(bit)’로 처리 능력이 표현됩니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중첩·얽힘 등 고유의 특성에 따라 이진법을 벗어난 연산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자컴퓨터는 양자기술의 분야 중 하나입니다. 양자기술은 앞으로 미래 산업 생태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됩니다. 100만 년 이상 걸리는 것을 빠르면 1초 만에 처리하는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전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명이 오래가는 전기차 배터리, 불치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 인공지능(AI) 고도화, 급변하는 시장에 대비한 금융 신상품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전략적으로 양자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전략구현 6대 프로젝트에 ‘양자 굴기’를 명시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정보과학 국립연구소도 세웠습니다. 미국은 2018년에 국가양자과학법을 제정해 양자기술을 미국의 안보를 위한 전략기술로 지정했습니다. 현재 1조 원 넘게 양자기술 개발에 투자 중입니다. 일본은 양자기술, AI, 바이오를 3대 국가전략기술로 정했습니다.

정연욱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역학에서 중첩, 얽힘, 측정, 확률, 붕괴라는 기술적 요소를 이용해 전 세계 주요국이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양자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기업의 기술 개발 참여도 활발하다”면서 “양자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가 화두로 3~5년마다 응용을 고민하면서 양자기술의 활용성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양자컴퓨터와 같은 양자기술이 바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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