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글러먹었다”는 한탄은 고대 동굴 낙서에도 나온다고 합니다. 기성 세대는 언제나 다음 세대가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놀라운 건 그렇게 ‘글러먹은’ 다음 세대가 용케도 인류의 역사를 지탱해왔다는 사실이죠.
<여름의 조각들>은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햇살이 반짝이는 프랑스 전원 주택의 풍경, 고풍스러운 가구와 모던한 꽃병, 연기하지 않은 듯 연기하는 프랑스의 일급 배우들. 이 영화는 오르셰 미술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습니다.
예술에 대한 감식안과 재력을 가진 어머니는 평생 프랑스의 전원 주택에서 살면서 뛰어난 프랑스 회화, 장식품 등을 모아왔습니다. 슬하의 세 자녀와 손자들이 모인 어느 생일날, 어머니는 장남을 따로 불러 자신이 죽은 뒤 유산의 처리 방법에 대해 얘기합니다. 하지만 장남은 신경질을 내면서 어머니의 추억이 담긴 집과 작품들은 고스란히 보존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얼마 뒤, 어머니는 거짓말같이 세상을 뜨고 다시 모인 세 남매는 집과 유품 처리 방법에 대해 의논합니다. 보존을 원하는 장남과 달리 사업을 위해 중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려 하는 막내아들은 모든 유산을 정리하길 원합니다. 미국인 남성과 결혼을 앞둔 차녀는 소극적으로 동생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장남은 동생들의 의견에 따르기로 합니다. 결국 유품은 경매에 넘어가고, 오르셰 미술관이 이들 작품을 사들입니다. 평소 들꽃을 꽂아두었던 화병, 찻잔을 진열해두었던 장식장은 미술관 로비에서 수많은 관광객의 구경거리가 됩니다. 장남은 삶의 맥락을 떠나 낯선 장소에 유배된 어머니의 유품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가구와 회화들이 미술관에 옮겨진 뒤 텅빈 집에서 10대 손자와 그의 친구들은 힙합 음악을 틀어놓고 떠들썩한 파티를 즐깁니다. 이 집도 며칠 후면 새 주인을 맞이할 것입니다. 영화는 할머니의 추억이 담긴 옛 집에서 새 사랑을 키워가는 아이들을 풋풋하게 그려냅니다. 다음 세대의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고 화를 내거나 안타까워 하지 맙시다. 다음 세대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세계를 만들어갈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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