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대만카스테라', 지금 '마라와 흑당'

대만카스테라, 방송전 이미 파국의 징조 존재
단일품목, 낮은 진입장벽, 무분별한 가맹점 확대
'잘된다' 믿지말고 관련업종 경험 쌓아 신중히 임해야
  • 등록 2019-09-28 오전 10:10:00

    수정 2019-09-28 오전 10:1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영화가 한국인들의 공감을 받은 이유가 여럿 있지만, 그중 하나가 영화 속 장치입니다. 이들 가족이 왜 반지하 주택에 살게 됐는지 맥락을 보여주거든요. 가장의 사업 실패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극중 한 장면
극중 아버지(송강호)는 ‘대만카스테라’ 창업에 도전했다가 망하게 됩니다. 영화속에 나올 정도로 대만카스테라는 대표적인 창업 실패 사례로 꼽힙니다.

평생을 모은 돈, 혹은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껴 갖고 있는 돈을 투자해서 외식 매장을 차리는 일은 뭐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합니다. 최근 들어서 자영업경기 불황과 더불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돈을 이런 자영업 시장에 내맡기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분들을 노린 부도덕한 본사와 컨설턴트 간의 유착 관계도 심심치않게 발견됩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서는 이런 컨설턴트 몇 분을 문제시해서 주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근절까진 어려워보입니다.

대만카스테라 (이데일리DB)
대만카스테라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사실 대만카스테라는 어느 종편의 한 매몰찬 보도로 몰락이 시작했다고 봅니다. 해당 방송이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대만카스테라는 이미 몰락의 징조를 띄고 있었습니다. 방송은 불만 당겼을 뿐입니다.

쉬운 창업 아이템의 맹점…낮은 진입장벽

대만카스테라는 다른 음식과 비교하면 만들기가 쉽고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모듈화된 제조 기법만 배워 놓으면 그에 따라 맞춰 충분히 카스테라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일주일이면 가게까지 낼 수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창업 비용도 일반 외식업 창업과 비교해 저렴한 편입니다. 지하철 환승 통로 같은 데 부스로 들어가기도 편하죠. 홀이 필요하지 않은 덕분입니다.

단일 메뉴라는 장점은 관리의 편의성으로 이어집니다. 재고·품질·재료 조달 구조를 단순화시킬 수 있습니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니 초보창업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화제성도 충분했습니다. ‘대만’이란 단어가 붙다보니 이국적인 음식이란 인상이 강했습니다. 초기 ‘거대한 크기’의 카스테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낮은 진입장벽’입니다. 내가 쉬우면 남들도 쉽기 마련이죠. 외식업 창업에 관심 높은 예비 창업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대만카스테라 붐이 일었고 이에 맞춘 프랜차이즈 본사가 생겨났습니다. 2017년초가 되자 대만카스테라 본사 숫자는 17개로까지 늘어납니다. 상표출원을 한 업체까지 합하면 거의 50여개에 육박했습니다.

더큰 문제는 대체제 부재였습니다. 여러 품목이 있으면 관리는 어렵지만 ‘위험분산’은 가능합니다. 김치찌개가 안팔리면 순두부찌개로 매상을 올리는 식이죠. 하지만 대만카스테라는 특별한 대체제를 갖추기 힘들었습니다. 유행에 따라 업황 변화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조개구이, 찜닭, 불닭, 요구르트아이스크림처럼 한때 반짝했다가 순식간에 줄어들었습니다.

시장 환경도 별로였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로 달걀값은 크게 올랐고 수익성은 하락했습니다. 초기 매장이 누렸던 희소성마저 줄어든 상태에서 방송은 대만카스테라를 절벽으로 민 꼴이 됐습니다. .

처절하게 드러난 미디어의 속성과 교훈

대중들은 분노했습니다. 방송은 식용유를 사용한 대만카스테라를 ‘악’으로 규정했습니다. 후속 따라쓰기 보도가 뒤따르면서 대만카스테라는 거대한 ‘악의 축’이 됩니다. 대만카스테라를 띄운 게 여행 방송이었는데, 이를 죽인 것도 방송 등 언론 미디어가 된 셈이죠.

해당 방송도 시청률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타이완 현지에서조차 카스테라를 만드는데 식용유를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합니다.

2년이 지났지만 대만카스테라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마라탕과 흑당입니다. 마라탕 전문점과 흑당 취급 커피숍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라탕과 흑당 모두 쉽게 창업하기에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마라탕은 훠궈나 그외 다른 중국 음식을 구비할 수 있습니다. 흑당음료는 커피 등을 같이 팔 수가 있죠.

신중하고 신중하셔라

되도록 외식업 창업은 신중하셔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한다고 해도 해당 업종에 대한 지식이 있으셔야 합니다. 식당 운영에 대한 경험까지 쌓여 있으면 더 좋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많은 자본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기 창업비용을 최대한 아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의심하고 의심해라’입니다. 지금 ‘유행이다’, ‘떴다’라는 소문이 들렸다면, 이미 끝물일 수 있습니다.

빕스 앤 비어바이트 명동중앙점 (사진=CJ푸드빌,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온라인 툴을 사용하면 창업 비용을 크게 낮출 수가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회자가 된다면 권리금과 임대료가 비싼 중심 상권에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또 중요한 것 한가지가 있습니다. ‘편하게 창업하시려는 생각은 버리셔라’입니다. 커피숍 하나 차려서 우아하게 창업하고 있고 싶다는 것은 꿈입니다. 잘되는 집 점주들은 거의 쉬는 날 없이 일합니다. 이런 말이 있어요. ‘외식업은 잘해도 3년 못해도 3년이다.’ 잘해서 장사가 잘되면 몸이 축나고, 못하면 망해서 3년도 못 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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