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이 내린 지난 20일 찾아간 경기 안산시 소재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선 2월 졸업을 앞둔 청년 CEO(최고경영자)들이 내일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박슬기(39) 블룸엔진 대표는 이곳에서 스마트화분 ‘듀이’를 만들었다. 대형건설사에서 기획업무를 맡다 입교한 박 대표는 “사무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현업 경험이 풍부한 전담교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올해로 7기 입교생을 맞는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한 팁스(TIPS)타운, 디캠프 등 애플리케이션 기반 창업시설과 달리 국내 유일 제조업 중심 인큐베이팅센터를 표방한다. 이곳에서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박성태 창업지원팀 차장은 “제조업과 ICT(정보통신기술)기반 제조업이 85대 1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단순 앱 개발은 과제로 선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진공에 따르면 안산을 비롯해 전국 5개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450명을 모집하는 이번 7기 모집에는 개교이래 역대 최대 인원인 2106명이 몰려 4.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실업률(9.8%) 영향으로 청년들이 창업전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열기에 부응하듯 지난해 260억원이었던 관련 예산도 올해 5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
졸업을 앞두고 얼마 전 경기 화성시에 작은 공장까지 차린 ‘차(茶) 농축액’ 업체 티에이블의 노승욱(40) 대표는 “최근 외국계 카페에 납품을 시작했다”며 “지원금에 더해 160시간의 교육을 통해 경영자로 재탄생 할 수 있는 건 이곳만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
창업을 꿈꾸는 인적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 비율이다. 박 차장은 “1기에는 9.4%에 불과했던 여성 입교자 비율이 꾸준히 늘어 6기에는 24.3%를 보였다”며 “올해 지원자 중에서도 22.3%가 여성이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여고생 입교자인 연희연 에스엔티스투쳐 대표가 큰 화제가 됐다.
이곳에서 만난 대다수 청년 CEO들은 청년실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택하는 것을 경계했다. 온라인 의류 유통채널을 운영 중인 정성린(35) 디자인코드엘 대표는 “10년의 디자인 경력을 발판으로 창업에 도전했다”며 “창업이라 하면 실전 경험과 경력이 발판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원우 청년창업사관학교 교장 역시 “창업을 실업의 대안으로 푸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며 “그런 사람들은 오래되지 못해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사업을 하고 싶다면 자신만의 생각에 갇히지 말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