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또는 당연하다는 듯이 생수를 사 마시는 제 모습을 보니 순간 웃음이 났습니다. ‘웃픈(웃기다+슬프다)일’입니다. 자유재가 경제재로 된 케이스입니다. 외부요인인 환경오염으로 더러워진 물을 못 마시게 되자 그 물을 정화하고 상품화한 비용를 치러야 얻을 수 있게 된 겁니다. 나와는 상관없겠지 싶었던 환경오염이 당장 내 주머니에서 돈을 내고 물을 사 마셔야 하는 일상으로 바뀐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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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중요한 법안을 국민 의견 수렴도 없이 국회 안에서도 체계적인 심사과정 없이 여야 지도부가 ‘주고받기식’으로 통과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른바 ‘빅딜(Bigdeal)’이 관행이 됐다지만 지양해야 합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분명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적 요인일테니 말이죠.
대표적인 게 노동개혁 관련법입니다. 법안 중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 개정안을 볼까요. 골자는 비정규직 기간을 현행 2년에서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지금은 2년 계약만료 시점이 오면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야 합니다. 회사가 더 고용하려고 하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죠.
정부·여당은 비정규직원이 2년뒤 ‘어쩔수 없이’ 퇴사해야 하는 것보다는 본인(35세 이상)과 고용주가 원한다면 2년을 더 근무할 수 있게 하자는 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대신 4년 후에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회사는 벌금을 내야하고 근로자는 이직수당을 받습니다.
반대로 야당은 ‘평생 비정규직법’이라고 주장합니다. 평생을 4년짜리 비정규직 자리만 찾아 다닌다 게 된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기업의 사내유보금 등을 활용해 정규직 고용을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치권은 이렇게 중요한 법안들을 제대로 심의는 하지 않은 채 ‘쪼개니 붙이니’하며 허송세월하고 있습니다. 법안을 심사해야 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김영주 위원장) 법안심사소위에선 말장난 수준의 언쟁만 오갔습니다.
“공부 못하는 사람에 대한 폄하 발언은 좀”(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우리가 급한 법하고 그쪽이 급한 법이 다르다”(우원식 새정치연합 의원)
“자꾸 끓이다 보면 뭐가 되겠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김 의원은 노동개혁 법안부터 소위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고, 우 의원은 야당이 제안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부터 다뤄야 한다며 옥신각신하는 상황입니다. 보다 못한 이 의원이 ‘죽밥’ 얘기를 한 것이고요.
12월 임시국회에는 노동개혁 법안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의 핵심 경제활성화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과 선거구획정 문제까지 겹쳤습니다. 주요 법안이 얽히고 설키면서 벌써부터 빅딜 얘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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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온 국민이 지켜봐야 한다는 뜻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형태로 여야를 비판한 건 아닐까요. 결국 노동개혁법이라는 우리 생활에 중요한 법안을 어떻게 여야가 다루는지를 감시하는 것은 국민이 필연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구정물’에 대한 비용을 치르지 않으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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