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이데일리] '악동 같은 선비' 이순재

  • 등록 2013-08-26 오전 9:09:07

    수정 2013-08-26 오전 9:09:07

배우 이순재(사진=극단 관악극회).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진격의 노인.’ 이순재(77)는 거침없는 배우다. 끊임없이 ‘일’을 벌인다. 드라마와 영화출연은 기본. 여든을 앞둔 그는 예능도 가리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엔 연극 연출이다. 노 배우는 내달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판을 벌인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1915~2005)의 ‘시련’(극단 관악극회)을 택했다. 1988년 ‘가을 소나타’를 연출한 후 25년 만이다. 순수와 대중 예술을 넘나드는 ‘팔방 노인’이 따로 없다. “쓰러지지 않는 한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다 진취적인 성격 탓이다. ‘꽃보다 할배’를 만든 나영석 PD는 그를 가리켜 “호기심이 많은 분”이라고 했다. 이순재는 프랑스에 가서도 이서진 도움 없이 길을 찾는다. 젊은이들에게 투정을 부리거나 기대는 법이 없다. 평생 매니저 없이 활동한 이가 바로 그다.

연기인생 57년. 이순재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인 배우다. 1956년 KBS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데뷔한 후 끊임없이 진화했다. 미남 배우로 시작해 근엄한 아버지를 거쳐 유쾌한 할아버지까지. 그는 매번 다른 캐릭터로 새옷을 입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에서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를 연기한 그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에서 야한 동영상을 보는 주책 맞은 할아버지로 거듭났다. 사회에서 무생물처럼 취급받던 노인의 숨겨진 욕망을 들춰 생명력을 얻었다. 노배우의 반란. 파격은 통했다. “야동순재!” 그는 젊은이들도 열광하는 ‘국민 할아버지’가 됐다. 권위 있는 역할만 고집했다면 얻을 수 없었을 열매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처음엔 좀 아니다 싶었다”면서도 도전한 이유는 하나다. 이미지가 굳어지면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버릴 줄 아는 배우다. 연기자라면 자신을 비워야 오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여러 제작자가 아직도 이 노배우를 찾는 이유가 바로 그 ‘유연함’이다. 그런 그가 내달에는 ‘노는 할배’가 된다. tvN 시트콤 ‘감자별2013QR3’에서 손자들에게 여자를 많이 만나볼 것을 권하는 캐릭터로 나와서다.

그렇다고 ‘도발’만으로 일군 명성은 아니다. 이순재는 엄격한 자기관리로 유명하다. 촬영장에 늦은 적이 없다. 사소한 스캔들에 휘말려 본 적도 없다. 서울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그가 어려서부터 자제력을 충실히 쌓아온 덕이 크다. “피가 줄줄 흐르는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공연을 마치신 이순재 선생님. 아직도 심장이 덜덜 떨린다. 커튼콜 뒤 선생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내 심장에 영원히 머물 것 같다.” 배우 정선아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이순재는 지난해 연극 ‘아버지’ 공연 중 세트에 얼굴이 부딪혀 눈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이순재는 성실함을 밑거름으로 스스로 권위를 쌓았다. 후배들이 촬영장에 지각하는 등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따끔하게 혼낼 줄 아는 선배다. 장근석과 한예슬도 쓴소리를 들었다. 현실에서는 진정한 어른 역을 하는 것이다. 악동 같은 선비. 품위에 자유로운 듯하면서 이를 우습게 여기지 않는 이순재가 국민배우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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