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팔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M&A 시장 대어였던 대우건설 매각을 깔끔하게 마무리짓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도 6조4200여억원이라는 높은 금액으로 넘기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재경부 고위간부는 공자위의 실무자를 불러 이같은 성과에 대해 크게 칭찬했다.
파는 쪽도, 사는 쪽도 모두 축배를 들었다. 파는 쪽은 좋은 값에 잘 팔아서, 사는 쪽은 그룹 시너지 창출과 새로운 성장동력화에 대한 기대가 이유였다.
그러나 산 쪽이 마신 축배는 불과 3년만에 독배로 변했다.
3년 사이에 6조원대 대우건설과 3조원대 대한통운을 인수, 단숨에 재계 8위 그룹으로 올라선 금호아시아나가 28일 대우건설 포기를 선언했다.
3조~4조원대에 달하는 대우건설 풋백옵션을 막을 자금을 구하지 못해 결국 대우건설을 다시 시장에 내놨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047040)을 중심으로 건설을 사업의 3대축으로 육성하려 했다. 그러나 무리한 차입인수에 따른 후유증은 컸다.
그룹사(史)에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도 뼈아픈 상처가 됐다.
두산, 한화 등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그룹 자산의 절반 규모인 대우건설을 낚아채면서, 박 회장은 재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악화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대우건설 사업은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편입 직후 불어닥친 국내 주택경기 침체,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해외건설 시장 위축 등으로 대우건설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텃밭인 나이지리아의 경우 인질 납치 사건 등이 겹치면서 추가 수주를 못해 대우건설은 2007년~2008년 해외 건설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는 인수한 대우건설을 활용해 또다른 대어를 낚는다. 대한통운이다. 대한통운 인수주체는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었다.
대우건설 사업 자체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은 그나마 나았다. 큰 문제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끌어들인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보장해 준 풋백옵션이었다.
대우건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풋백옵션 대응금액은 4조원 수준까지 육박했다. 주가는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주가부양을 위해 여러가지 처방을 내려봤지만,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치면서 속수무책이었다.
금호아시아나측이 밝힌대로 대우건설 주식을 기초로 한 교환사채(EB) 인수조건을 내건 투자자 정도가 나타났다. 교환사채도 엄연히 사채다. 금호아시아나측 입장에서 보면 부채로 잡히는 항목이다.
물론 대우건설 상황이 좋아져 투자자들이 대우건설 주식으로 바꿔간다면, FI 교체의 목적이 달성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지 못해 사채 상환을 요구한다면, 금호로서는 또다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금호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겠지만, 적어도 금융감독당국이나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결국 이도저도 안된 금호아시아나가 선택할 길은 대우건설을 포기하는 것 뿐이었다.
대우건설 인수 주체가 된 금호산업(002990)의 앞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할 때 현실화 될 손실과 풋백옵션 대응자금 때문이다. 대우건설을 포기한다해도 FI들에 대한 풋백옵션에는 응해야 한다.
최근 박찬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 부자(父子)가 금호산업 지분 전량을 판 돈으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계열 분리 가능성을 점치는 소문들이 돌았다.
박찬구 회장측이 이번 대우건설 사태를 계기로 형인 박삼구 회장측과 갈라서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이는 소문일 뿐 전혀 확인된 것은 없다. 계열분리가 그리 쉽게 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대우건설 사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지분문제를 이렇게까지 해석하기도 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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