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취임 후 앞서 발표한 공약대로 전 세계를 상대로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면 현대차(005380)·기아(000270)를 비롯한 자동차 회사의 자금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만, 캐나다·멕시코 생산 비중이 적은 현대차·기아는 다른 미국 진출 유럽·미국 기업 대비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 컨퍼런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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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29일(현지시간) ‘글로벌 자동차 산업계가 트럼프발 자동차 수입 관세에 각오를 다지다(Buckles up)’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에 들어오는 승용차에 멕시코·캐나다는 25%, 전 세계를 상대로 2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이들 기업의 자금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EBITDA가 평균 17%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EBITDA는 통상적인 기업 당기순이익에 이자비용과 세금, 유·무형 감가상각 비용을 더한 것으로 통상 여러 국가의 기업간 현금 창출력을 동일한 기준으로 추정하는 데 활용하는 지표다.
제조사별로는 일부 유럽과 미국 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볼보나 JLR(재규어·랜드로버) 같은 유럽 고급 브랜드는 대부분 물량을 유럽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기에 관세 부과에 따른 EBITDA 감소 폭이 크다고 봤다.
또 미국 제네럴모터스(GM)나 미국 크라이슬러 브랜드를 포함한 스텔란티스 역시 멕시코·캐나다에 생산 기반이 많기에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신정부가 출범과 함께 관세 부과를 시행한다면 이들 기업의 내년 EBITDA는 20%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도요타 역시 EBITDA가 10~20%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기아는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EBITDA 감소가 10% 미만 기업으로 분류됐다. 트럼프의 최우선 타깃인 캐나다·멕시코 생산 기반이 상대적으로 적어 관세 부과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기아도 멕시코 공장에서 K4, 투싼 등 모델을 생산하고 있지만 경쟁사 대비 그 비중이 적기에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부과되도 EBITDA 영향은 2% 수준이란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일본 도요타는 멕시코는 물론 캐나다에도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보고서는 그러나 현대차·기아도 적잖은 물량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20%의 보편관세 부과 땐 최대 19%까지 EBITDA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평택항에서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 모습.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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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미 대선 기간 전 세계를 상대로 10~20%의 보편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예고가 어떤 방식으로 실제 통상정책에 반영될 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신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이 같은 통상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내년 이후 트럼프 신정부의 보편관세 부과와 유럽의 탄소규제 강화, 중국·유럽 간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며 (신용)등급 하향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이들은 이 부담을 (가격 인상을 통해) 고객에 전가하거나 이익률 감소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