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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해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국내 유수의 발레단이 ‘호두를 깐다’. ‘호두까기 인형’이 일제히 막을 올린다는 얘기다. 발레계에선 12월이 ‘호두까기 인형의 달’이 된 지 오래다. 주요 발레단의 연간 수입 중 25~30%를 차지할 만큼 흥행 보증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한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을 토대로 한 작품.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다. 120년 넘게 매년 연말이면 세계 각국의 발레단이 앞다퉈 무대에 올리고 있고, 다양한 안무를 통해 수십개의 버전이 만들어졌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 클라라가 꿈속에서 호두왕자와 함께 눈의 나라와 과자의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장난감 병정, 과자왕국 등 화려한 볼거리와 동화적 요소가 가득하다. 차이콥스키의 웅장하고 낭만적인 음악에 실린 세계 각국의 민속춤은 작품의 백미. 발레를 잘 모르더라도 누구나 연말 분위기를 느끼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올해도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와이즈발레단 등 국내 대표 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으로 관객을 찾는다. 각각의 개성을 살린 ‘4색 호두까기’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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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그대로의 화려함 살려
회전과 강한 도약 등 시원한 동작이 많은 게 특징. 마리(클라라)와 호두왕자의 결혼식 2인무 장면에서는 ‘꽃의 왈츠’ 때 등장한 무용수 12쌍이 함께 춤을 추며 풍성한 무대를 꾸민다. 다른 발레단의 버전과 달리 목각인형이 아닌 초등학생 무용수가 직접 연기하는 호두까기 인형도 볼거리다. 올해 연말 국내서 공연하는 ‘호두까기 인형’ 중 유일하게 차이콥스키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18~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유니버설발레단은 화려하게 꾸민 무대를 무기로 1986년 초연한 이래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젤’ ‘백조의 호수’ 등의 레퍼토리가 1~5회 단기로 공연하는 데 반해 ‘호두까기 인형’은 20회 이상 장기공연을 진행할 정도다. 1934년 바실리 바이노넨이 안무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버전을 바탕으로 원작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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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에 비보잉까지…현대옷 입은 ‘호두까기’
서울발레시어터는 제임스 전 상임안무가가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원작에 민속춤과 전통의상을 가미해 2007년 초연한 버전이다. 작품의 배경을 서울로 옮겼고 호두까기 인형은 한복을 입고 춤을 춘다. 2막 각 나라의 민속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상모돌리기와 장구춤을 더하고 조선시대 왕비의 화려한 의상이 무대를 누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은 빠른 템포로 변형해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57세의 현역무용수 제임스 전이 드로셀마이어 역으로 직접 무대에 오른다.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은 “기존 클래식과 비교해 새롭고 재밌다는 반응이 많다”며 “특히 외국 관람객에게선 독특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4~26일 경기 고양 어울림누리. 본 공연에 앞서 9일 강남구 강남문화재단 역삼문화센터와 14·15일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는 갈라공연을 진행한다.
와이즈발레단은 발레 특유의 동작을 살리면서도 각 캐릭터의 특징을 더욱 극대화하는 여러 장르의 춤을 선보인다. 1막에서는 ‘탭댄스’ 병정과 ‘비보이’ 생쥐들의 움직임을, 2막 ‘과자의 나라’에서는 30여명의 전문 무용수가 스페인·아라비아·러시아 민속춤을 춘다.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꽃의 왈츠, 사탕요정과 왕자의 파드되는 아름다움의 절정. 한국 리듬탭의 선두주자 김길태가 이끄는 ‘탭꾼 탭댄스컴퍼니’와 ‘비보이 크루 플라톤’ 등 전문 무용수가 함께한다. 4·5일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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