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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회의원을 인터뷰할 때면 그 정치적 이해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진단 혹은 주장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건 지역구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되는 게 대다수다. 공천을 받으려면 실력자의 눈치를 봐야 하고, 당선이 되려면 지역주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
여권의 대표 경제통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4선·대구 수성갑)에게서 우리경제의 냉정한 현실을 들어야 겠다고 마음 먹은 건 이런 이유가 컸다. 그는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의 정책 진단이 상대적으로 객관성을 띨 여지가 많은 셈이다. 게다가 그의 전문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정계 입문 직전인 1990년대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소장·사장으로 일할 당시 민간연구소임에도 국가기관보다 경제전망이 더 뛰어났다고 한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오전 10시30분, 이 의원의 국회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시작부터 그의 진단은 차라리 우리경제에 대한 ‘격정토로’에 가까웠다. 이 의원과 인터뷰는 이후 오찬까지 이어져 3시간을 훌쩍 넘겼다.
“대내외 경제 판 바뀌어…시간만으로는 해결 안 된다”
“아예 판이 바뀌고 있다.” 그가 보는 우리경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 의원은 “지금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속도가 예전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면서 “그러면 앞으로 현상유지가 안 된다.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도 있고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그의 모든 경제인식은 ‘구조 자체가 바뀌는’ 전제에서 이뤄지는 듯했다.
-예전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와는 양상이 어떻게 다른가.
“경제사를 보면 큰 전쟁이나 장기침체, 대공황이 일어나면 반드시 질서가 바뀌었다. 전세계 무역질서, 금융질서도 바뀌고 산업구조도 변화가 많았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 8년 지났고 몇 년 더 갈텐데, 큰 변화가 있을 거다.”
-전세계적으로 돈도 많이 풀렸는데.
“우리는 해외시장이 조금만 변하면 큰일 나는 나라다. 2008년 이후 선진국이 찍어낸 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 한 거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갈지, 만만한 중진국 몇 개가 무너질지 모르는 거다.”
-우리사회는 잘 대비하고 있다고 보는가.
“판이 바뀌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사회 내부도 계속 겉돌고 있다.”
-내부적인 문제는 어떻게 진단하나.
-해법은 무엇인가.
“창조경제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4대(노동 금융 교육 공공) 개혁을 하자는 거다. 4대 개혁은 다 생산요소 시장이다. 여기서 생산비용과 거래비용을 줄여야 국제경쟁력이 올라간다. 그런데 진도가 안 나간다.”
이 의원은 일본 전문가이기도 하다. 일본의 20년 장기침체 수순을 우리가 밟고 있다는 걱정이 많은 요즘이다. 특히 가장 큰 우려가 부동산 폭락까지 따라갈지 여부다. 이 의원은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보다 부동산 투자에 몰입하는 게 (외환위기 등을 당하면서) 조금 분산되긴 했다”면서도 “돈을 열심히 풀었으니 각오는 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다 대기업 죄다 문닫을 수도…R&D 더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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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1등기업인 삼성전자(005930)도, 현대차(005380)도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 다 그렇다. 중국과 인도는 물론이고 아시아 전역에 (우리 주력산업과 비슷한 게) 자꾸 생기고 있다”면서 “그런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경영권을 어떻게 하면 자손대대로 승계할 지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기업치고는 아주 잘하는 편으로 본다. 그런데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면서 “삼성전자가 그 정도인데 다른 곳은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는 “승계에만 신경을 쓰니 연구개발(R&D)에는 돈이 안 들어간다”면서 “창조경제 융복합 R&D는 예전에 특정분야 기술보다 훨씬 더 허황된 거다. 그러니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 마인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 창조경제를 대기업집단에 맡기고 있는데.
“제일 중요한 게 창조산업이다. 기술 융복합과 문화창작이다. 기술 융복합을 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집단 밖에 없더라. 그런데 기대에 못 미친다. 예술과 사업을 연결하는 문화창작도 진도가 안 나간다.”
-대기업집단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의식과 책임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자들 아니냐. 대접을 받고 싶으면 책임이 있어야 한다. 사회에서 하도 들볶으니 의욕이 떨어졌을 거란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당당하게) 올바른 길로 가야 한다. R&D에 훨씬 더 투자해야 한다.”
“국방 등 예산 성역이 제일 썩어…세출 구조조정해야”
그의 ‘쓴소리’ 강도는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서는 더 셌다. 특히 재정건전성 문제를 그는 심각하게 봤다. 그는 “국가재정도 건전하지 않다. 대외신용도가 중요해 국가부채가 문제라는 얘기할 수 없을뿐이지 사실은 걱정이다”면서 “좁은 의미의 정부 부채 외에 공기업 부채까지 다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기금도 다 부채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개혁은 제자리걸음이라고 한다. 그는 “부채를 걱정하는 건 나중에 만들어지는 소득으로 갚지 못할까봐 그런 것”이라면서 “그런데 공기업 개혁을 한답시고 (소득창출능력을 따지지 않고) 자산을 팔고 ‘개혁에 성공했다’고 하면, 이건 아니다”고 했다.
-세출 구조조정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해야 한다. 줄일 거 많다. 예산은 성역이 있다. 복지, 농·어촌, 국방, R&D 등이다. 그런데 여기가 제일 썩어있다. 이름만 갖다붙이면 다 예산이 나온다.”
-예산도 생산성이 있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예산을 생산적인 곳에 투입해야 나중에 국민소득이 오르고 세수가 증대돼 다시 돌아온다. 자꾸 ‘공짜’ 그러면 나라 망친다. 다 선거용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를 상임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반대하고 여당 지도부가 반대한다. 정부와 여당이 짬짜미해 지역구에 예산을 더 갖다줄 수 있지 않느냐. 재정을 잘 모르는 예결위원 50명이 앉아서 지역구 예산만 보고 있다. 재정을 정말 잘 아는 사람들로 상임위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뷰 말미, 이 의원이 기자에게 반드시 써달라고 당부한 게 있다. “국회를 발목 잡는 국회의원들의 실명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4선 중진인 그는 “이전 세 차례 국회 때보다 이번 19대국회는 정말 최악”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예를 들면 중요한 법안들이 있는데 처리가 안 되고 있다고 하면, 그걸 지연시키는 의원들이 누구인지 실명을 공개하는 식이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유권자도 막연하게 국회가 엉망이라는 식이 아니라 누가 잘못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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