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수유동의 한 PC방에서는 흡연을 만류하는 점주와 손님 간의 말다툼이 벌어졌다. 점주가 PC방 내 금연을 종용했지만 이 손님은 ‘계도 기간’인 점을 들어 고집을 꺾지 않았다. 단속에 걸릴 경우 벌금을 내겠다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흡연을 원하는 손님 입장에서도 금연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PC방을 이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금연 강요가 덜한 PC방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벌어진다. 혹은 흡연 고객들의 이용 시간이 크게 줄어기도 한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이모 씨는 “5~6시간씩 게임을 하던 단골 손님이 흡연을 위해 자주 들락거리더니 결국 1~2시간만 이용하고 자리를 뜨는 경우가 생기더라”고 답답해했다.
대다수의 PC방은 전면 금연 구역 지정과는 무관하게 예전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미 흡연석과 금연석으로 나눠진 구조이기 때문에 흡연자는 흡연석을, 금연자는 금연석을 이용했다. PC방이 전면 금지 구역으로 지정됐더라도 금연자들이 굳이 금연석을 두고 흡연석을 찾지는 않기 때문이다.
PC방 점주 양모 씨는 “아직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PC방이 전면 금연으로 지정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주변 PC방 점주들도 고객들에게 일일이 금연을 강요하는 일이 번거로워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PC방이 가입돼 있는 것도 아닌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에만 공문을 보내 시행을 앞두고 홍보 및 교육이 부족했다”는 것이 PC방 업주들의 주장이다. 한 점주는 “언론을 통해서 전면 금연 시행을 알게 됐다”며 “이미 보건소나 시청에서 PC방 점주에 대한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이를 활용하지도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양수 한국인터넷PC 문화협회 사무국장은 “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PC방 전면 금연이 시행됐음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다양한 방식의 홍보나 점주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금연 문화가 연착륙 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