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대표적인 저서 `모노즈쿠리`를 보면 아키텍쳐 포지셔닝을 강조하고 있다. 포지셔닝 전략면에서 최근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부진과 한국 업체들의 상대적 약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이번 일련의 도요타 사태를 보면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긴 했지만 금융버블을 겪고 있는 미국 시장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미국에서 주로 이익을 낸 차종은 고급차와 트럭 기반의 SUV차량이었다. 도요타는 미국 내에 너무 많은 SUV 공장을 지으면서 엄청난 금융부채를 지게 됐다. 또 일본에서 고급차종을 다량 생산해 버블이 있던 미국에 수출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시장에서는 이런 고급차와 대량 차량에 대한 수요층이 붕괴됐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요타는 미국 금융위기의 최대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바꿔 말하면, 고급차나 하이브리드와 같은 하이엔드 친환경 차량 등 미국내에서 도요타가 강점을 가진 `미세조정형(인테그럴) 아키텍쳐`-부품 설계를 서로 조정해 제품마다 최적화 설계를 해야만 전체 성능이 나오는, 따라서 기술력이나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가 바로 자신들의 재무 위기를 야기한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당신은 `모노즈쿠리`의 핵심으로 인적자원 양성을 뜻하는 `히도즈쿠리`를 거론했다. `히도즈쿠리`의 중요성은 무엇이고 기업들은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일본 주요 수출업체 최고경영자들은 엔화 절상 등의 이유로 높아진 비용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점차 비정규직 직원들을 늘리려 하고 있지만, 오히려 장기 근속자나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팀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력을 더 채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이야말로 미세조정형(인테그럴) 제품에서의 조화로운 생산능력을 발휘하는 원천이 되며 여기에 일본의 전통적인 비교우위가 있다고 본다.
설령 기업이 수출업체로서 생존하지 못해도 리드타임과 질(質)적인 면에 주안점을 둔 이들 인력들은 국내시장에서 생존 가능할 것이다. 기업들은 이 목적에 맞는 똑똑한 사업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는 그리스와 같은 소비린 위기를 일본도 겪을 수 있다. 이 경우 엔화 가치는 급락하고 일본인들에게는 재앙일 수 있겠지만, 이런 기업이 될 수 있다면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탄탄한 수출업체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적자원을 키워낸다는 `히도즈쿠리`는 그런 제조업 분야를 지속시키는데 핵심이다. 정부는 인적자원을 양성하는데 더 많은 재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짧게만 보고 장기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또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이런 짧은 서면 인터뷰에서 다 얘기하기 어렵다. `세계전략포럼 2010`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을 때 몇몇 제안을 해보겠다.
-앞서 언급한 일본 제조업 부진이 한국 기업들에게는 반사이익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한국 기업들도 일본 기업들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에게 (일본 제조업처럼 위상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어떤 조언을 할 수 있겠나.
▲여기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국가간) 무역은 스포츠와 다르다. 스포츠라면 한국 축구팀이 한-일전에서 승리한다면 일본팀은 지게 된다. 그러나 서로의 상대적인 이익에 기반한 견실한 무역이라면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을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윈-윈 게임이다. 결국 이 질문은 상대적인 보수(wage) 수준에서 두 나라 기업들이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가와 관련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두 가지 충고가 가능할 것이다. 하나는 생산능력을 높이고 제품 질을 개선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 하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런 생산능력과 경쟁력에 맞는 제품과 산업이 무엇인지 잘 선택하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모든 산업분야에서 무역흑자를 낼 순 없다.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국과 일본간 무역역조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주요 제조업이 여전히 일본으로부터의 소재와 부품 수입에 의존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나. 해법이 있다면.
-작년부터 현대차와 도요타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과 일본 통화가치가 엇갈리면서 두 회사 이익에 영향을 줬다. 그런 면에서 최근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한국 수출기업들에겐 좋지 않은 신호인데,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기업들간 경쟁과 두 나라 사이의 무역관계는 별개로 봐야 한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계속 좋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할 것이고 이는 세계 자동차시장 고객들에게도 좋은 소식일 것이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원화 환율은 한국 수출기업들에게 아주 우호적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국민들의 소득을 제약하는 요인이 됐다. 항상 이렇듯 환율 관점에서는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법이다. 만약 조만간 원화가치가 올라간다면 이는 한국 수출기업들에게 어려움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의 평균소득수준은 일본과 더 근접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일 수도 있다. 한국 부품업체들도 1990년대 일본이 그랬듯이, 생산능력을 제고함으로써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한국과 일본 기업들 모두 생산능력을 높이는 한에서 양자간 윈-윈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협소한 시각일 수 있다.
다카히로 소장의 보다 자세한 메시지는 이데일리가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주최하는 `세계전략포럼 2010(WSF 2010)`중 `세계 제조업,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주제강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강연은 포럼 첫째날인 6월8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오후 5시15분부터 6시10분까지 55분간 진행된다.
세계전략포럼 바로 가기☞http://www.wsf.or.kr
▶ 관련기사 ◀
☞(세계전략포럼2010)후지모토 "샌드위치? 韓 이미 변신중"(上)
☞(세계전략포럼2010)앤디 시에 `2012년엔 행운을 기대말라`
☞(세계전략포럼2010)마크 파버 `대(大) 파동을 꿰뚫는 통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