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다음달 국내 마트에서 껍질이 하얀 ‘흰달걀’을 다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정부가 달걀값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미국산 신선란 100만개를 수입하기로 나서면서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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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기준 전국 23개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이중 산란계 농장에서만 10건이 발생하며 31개 농가에서 173만8000여마리가 살처분됐다.
달걀 가격은 아직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21일 기준 달걀은 특란 30개 소비자가격이 6088원으로 전년(6672원)보다는 8.7% 내렸다. 전월(7020원)보다도 13% 내린 수치다. 농식품부는 올해 달걀 공급량 증가와 겨울철 수요감소로 인해 가격이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철새 도래기를 맞이해 고병원성 AI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국 각지로 더욱 확산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2018년 3월 이후 국내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H5N6형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더욱 긴장하는 모양새다.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2016∼2017년 AI 확산 때도 H5N6형과 H5N8형이 동시 유행한 바 있다. 당시 AI가 전국으로 확산하며 산란계 36%가 살처분돼 일부 지역에서는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또 설 명절이 다가오며 수요가 상승하면 가격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미국산 신선란 112만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일일 계란 소비량(4500만개)의 2.6% 수준으로 당장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선 확보 차원”이라며 “처음 수입하는 곳일 경우 정밀 검사를 거쳐야 되기 때문에, 후추에 고병원성 AI가 확산했을 때 빠르게 신선란을 수입해 수급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계란은 정밀검사를 거쳐 내년 1월 중순 대형유통업체 등을 통해 시장에 방출된다.정부는 미국에서 달걀을 구당 350원에 수입해 국내에서는 30구에 4500원 수준에서 판매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6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산함에 따라 미국에서도 달걀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신선란을 수입해 오는 것에 대해 ‘혈세 낭비’ 지적을 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갈색란과 다른 수입산 흰색란이 매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고병원성 AI가 크게 확산했던 △2017년 △2021년 △2022년 미국에서 신선란을 수입한 바 있다. 하지만 2022년에는 도입 시기 실패와 소비자 외면 등으로 1100억원을 들여 수입한 달걀의 70%를 무더기 폐기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 계란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페인에서 신선란을 수입해 국내산 계란 보다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지만, 판매가 잘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계란은 신선도가 중요한데, 소비자들은 수입산은 국내산보다 신선하지 않을 거란 우려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비행기를 통해 수입해 산란일자로부터 10일 내외로 시중에 유통돼 국내계란(7일이내)과 큰 차이가 없다. 계란 유통기한이 산란 후 45일인 만큼 여유있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