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와 관련한 핵심 피의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보보고서 삭제 혐의를 받는 경찰 간부 2명에 대한 영장이 발부됐지만, 해당 의혹은 부실 대응 및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의 본류는 아니었다.
그간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특수본이 지난달 1일 수사 개시 이후 52일 만에 처음으로 주요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남은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오는 26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특수본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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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박원규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이 전 서장과 참사 당시 현장 대응을 맡은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에 대한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첫 영장 기각 당시 지난 5일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과 다른 결과다.
결과적으로 특수본이 1차 영장 기각 뒤 2주 넘는 기간 동안 강도 높게 돌입한 보강수사 전략이 들어맞았다. 특수본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와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으며,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 여러 관계자의 과실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 입증에 주력했다.
특히 2차 영장에서 이 전 서장이 자신의 도착 시간이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직접 검토하고도 바로잡지 않은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를 추가한 것도 주효했다.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오후 11시 5분에서야 현장 근처인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지만, 참사 당시를 기록한 용산서 상황보고서에는 도착 시간이 오후 10시 17분으로 기재됐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참사 현장에 실제보다 48분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고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직접 검토하고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전 서장이 객관적인 자료에도 이를 부인했으며, 법원은 주요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 가운데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구속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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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의 다음 관문은 박 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구속 여부다. 박 구청장 등의 영장실질심사는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특수본은 이들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여기에 최 과장은 재난안전 관리부서 책임자로 사고 전후 안전관리 예방대책과 참사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고의로 게을리한 혐의(직무유기)도 추가됐다.
특히 특수본은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간부들이 본격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교체 또는 분실한 정황을 파악,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본인 형사사건인 만큼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구속영장 발부 사유 가운데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로 비춰 질 수 있다는 게 특수본의 설명이다.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 입증을 통해 재난 대비와 구호를 지원하는 경찰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책임이 어느 정도 인정된 만큼 재난을 대비하고 구호할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용산구청 간부들의 구속영장 발부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아울러 특수본은 소방당국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부실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결론 내리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당시 최장 20m에 이른 인파 끼임이 완전히 해소된 시각을 오후 11시22분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최 서장이 대응 단계 발령 등 지휘를 제대로 했다면 구조에 소요된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소방서장의 사고 후 조치는 매우 부적절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특수본은 이태원역장, 용산보건소장 등 다른 주요 피의자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