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개인 투자자 김모(62)씨가 BNP파리바와 신영증권(001720)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2006년 3월 신영증권에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ELS는 3년 만기로 기아자동차(000270)와 하이닉스(000660) 주가와 연동돼있었다. 신영증권은 만기 전 중간 조기상환일에 목표 수익률을 넘는 ELS 상품이 있으면 이 투자자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돌려줬다.
신영증권은 만기 상환 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할 가능성에 대비해 백투백헤지(back to back hedge)로 프랑스계 금융기관인 BNP파리바와 스왑(SWAP) 계약을 체결했다. BNP파리바는 신영증권이 발행한 ELS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300억원어치 상당의 파생금융상품을 액면가의 98% 가격에 매입했다.
그해 9월4일은 이 ELS상품의 1차 조기상환일이었다. 이날 하이닉스와 기아차 주가가 기준 금액보다 높으면 투자자는 원금과 약속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대신 신영증권과 스왑 계약한 BNP파리바는 그만큼 손해를 입게 된다. 하이닉스 주가는 3만7000원으로 최초 기준 가격인 2만1975원을 크게 웃돌았다. 기아차도 1만6000원 이상으로 최초 ELS 주가 기준인 1만5562원을 넘었다.
BNP파리바는 그날 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 57분부터 약 2분 사이에 일곱 차례에 걸쳐 기아차 주식 140만주(당시 217억 7000만원 상당)를 대량 매도해 주가를 떨어뜨렸다. 결국 이날 기아차 주가는 1만5550원으로 마감해 ELS 상환 기준 가격보다 낮게 책정됐다.
김씨가 산 ELS는 만기 상환인 2009년 3월까지 하이닉스와 기아차 주가가 계속 하락해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김씨는 원래 투자 금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2950여만원을 받았다. 그는 “BNP파리바가 2006년 1차 조기상환일에 불법으로 시세를 조종했고 신영증권도 이 사실을 알았는데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두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BNP파리바가 시세조종한 게 아니라 위험을 회피하려고 정당하게 거래했다며 김씨 소송을 기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BNP파리바가 주가가 오르면 상환기준 가격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주식 보유량을 줄여 ELS 상환자금을 마련하려고 100만주를 매도했다”라며 “금융회사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작하는 등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았다면 시세조종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