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코스피 3000시대와 주가조작 근절

  • 등록 2013-04-05 오전 9:10:03

    수정 2013-04-05 오후 2:16:41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요즘 증권업계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어 올해부터는 증권사간 이합집산이 본격화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실제로 최근 애플투자증권은 자진 청산을 결정했다. 증권사가 자진 청산에 나선 건 2004년 이후 9년만에 처음이다. 작년 말 현재 자본잠식 상태인 증권사도 9곳에 달해 애플투자증권이 퇴출 행렬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거래가 확 줄면서다. 최근 코스피시장 거래량은 3조~4조원 대로 뚝 떨어졌다. 지난 1일엔 2조 5000억원 대까지 줄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의 주 수입원은 주식거래를 중개해주면서 받는 위탁수수료다. 그러다 보니 거래가 줄면 수익성에도 치명타다. 잘 나갈 때 거래대금이 10조원 대를 넘어들었으니 수입원 자체가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여기에다 수수료마저 출혈경쟁으로 치닫고 있어 설상가상이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하루 전인 작년 12월18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5년 내에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한 탓에 특히나 더 그랬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인사 파동으로 새 정부 구성이 늦어지고, 정책 대응도 늦어지면서 주가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시장은 대선 이후 공격적인 경기부양책 덕분에 승승장구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추경편성과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꺼냈지만 시장은 아직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여기에다 주가조작 근절 대책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역시 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에서 나온 주문이라는 점에서 한국거래소 방문과 마찬가지로 상징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왜 주가조작 근절을 첫 화두로 꺼냈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지만, 당장 주무부처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주가조작 근절방안 마련에 착수했고, 검찰도 예전과는 달리 주가조작 수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대책을 주문하면서 벌써 밥그릇 싸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법무부가 급작스레 주가조작 근절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특별사법경찰권 도입을 비롯한 강경책을 흘리면서 주도권 잡기에 열심이다.

사실 그동안 주가조작 사건은 전적으로 금융당국의 몫이었다. 법무부나 검찰의 경우 주가조작 건은 제대로 된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애물단지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금융당국이 기껏 주가조작 사건을 적발해 넘겨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기소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설령 기소가 되더라도 제재 수위가 약해 실효성이 떨어졌다.

그러던 법무부와 검찰이 주가조작 근절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면서 시장에선 우려가 크다.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부처 간 충성경쟁이 시장의 분위기를 더 망칠 수 있어서다. 최근 법무부와 금융위간 주가조작 대책 논의를 보면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주가조작은 당연히 근절해야 할 중대범죄다. 다만 주가조작 대책의 수위가 과도하거나 포인트가 제대로 맞지 않으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인력을 더 늘리고, 통신조회 등의 권한을 부여해 주가조작 조사에 속도를 더 내고, 주가조작에 따른 부당이익을 100% 이상 환수해 그 유인만 없애면 된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다. 3~4년 살다 나오면 오히려 성공이라는 작전세력들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투기적 성향을 내재하고 있는 시장의 속성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잘 알지 못하는 법무부가 대통령의 주문이라는 이유로 주가조작 대책을 주도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역시 사법당국을 의식해 보여주기식 대책에 치중해선 안된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정치 이벤트에 휘둘리면 안된다. 주가조작 근절 역시 잘 정제되고,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5년내 주가 3000시대 공약은 말 그대로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 관련기사 ◀ ☞ 주가조작 조사체계 금융 선진국과 비교해보니 ☞ "주가조작 조사·제재 일원화해야" ☞ 주가조작 대책 '밥그릇 싸움' 변질..시장 부담만 키울라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