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거래가 확 줄면서다. 최근 코스피시장 거래량은 3조~4조원 대로 뚝 떨어졌다. 지난 1일엔 2조 5000억원 대까지 줄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의 주 수입원은 주식거래를 중개해주면서 받는 위탁수수료다. 그러다 보니 거래가 줄면 수익성에도 치명타다. 잘 나갈 때 거래대금이 10조원 대를 넘어들었으니 수입원 자체가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여기에다 수수료마저 출혈경쟁으로 치닫고 있어 설상가상이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하루 전인 작년 12월18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5년 내에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한 탓에 특히나 더 그랬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인사 파동으로 새 정부 구성이 늦어지고, 정책 대응도 늦어지면서 주가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시장은 대선 이후 공격적인 경기부양책 덕분에 승승장구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추경편성과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꺼냈지만 시장은 아직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여기에다 주가조작 근절 대책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역시 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에서 나온 주문이라는 점에서 한국거래소 방문과 마찬가지로 상징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왜 주가조작 근절을 첫 화두로 꺼냈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지만, 당장 주무부처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주가조작 근절방안 마련에 착수했고, 검찰도 예전과는 달리 주가조작 수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실 그동안 주가조작 사건은 전적으로 금융당국의 몫이었다. 법무부나 검찰의 경우 주가조작 건은 제대로 된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애물단지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금융당국이 기껏 주가조작 사건을 적발해 넘겨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기소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설령 기소가 되더라도 제재 수위가 약해 실효성이 떨어졌다.
그러던 법무부와 검찰이 주가조작 근절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면서 시장에선 우려가 크다.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부처 간 충성경쟁이 시장의 분위기를 더 망칠 수 있어서다. 최근 법무부와 금융위간 주가조작 대책 논의를 보면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투기적 성향을 내재하고 있는 시장의 속성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잘 알지 못하는 법무부가 대통령의 주문이라는 이유로 주가조작 대책을 주도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역시 사법당국을 의식해 보여주기식 대책에 치중해선 안된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정치 이벤트에 휘둘리면 안된다. 주가조작 근절 역시 잘 정제되고,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5년내 주가 3000시대 공약은 말 그대로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 관련기사 ◀ ☞ 주가조작 조사체계 금융 선진국과 비교해보니 ☞ "주가조작 조사·제재 일원화해야" ☞ 주가조작 대책 '밥그릇 싸움' 변질..시장 부담만 키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