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전략포럼2010)후지모토 "샌드위치? 韓 이미 변신중"(上)

"미세조정형 비중 확대..대기업들 변화 진행중"
"도요타 실패 큰 교훈 삼아야..환율 양날의 칼"
  • 등록 2010-06-06 오후 7:08:07

    수정 2010-06-06 오후 8:46:4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국 제조업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이긴 해도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본 산업경제 분야 최고 권위자인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사진) 도쿄대 제조업 경영연구센터 소장은 이같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유는 한국기업들이 이미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변신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다카히로 소장은 6일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일본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한국의 몇몇 산업들은 조화로운 생산능력을 만들어내고 전략적 포커스를 미세조정형(인테그랄) 아키텍쳐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맞춰가는 노력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미 한국의 일부 대기업들은 이런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미세조정형 아키텍쳐란 부품 설계를 서로 조정해 제품마다 최적화 설계를 해야만 전체 성능이 나오는, 따라서 기술력이나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들을 말한다.

그는 "현대차(005380)와 같은 한국 기업들은 (일본에 비해) 단순한 차량 디자인과 세계시장에서 더 다변화된 제품 믹스로 금융위기 영향을 덜 받았다"며 "한국 업체들이 제품 제조나 디자인의 질적 측면에서 큰 개선을 보였고 우호적인 환율도 실적 개선을 도왔던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향후 달러-원환율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도 "환율측면에서는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법"이라며 "조만간 원화가치가 올라간다면 이는 한국 수출기업들에게 어려움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의 평균소득수준은 일본과 더 근접할 수 있는 만큼 한국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일 수도 있고 한국 부품업체들도 생산능력을 제고함으로써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다카히로 소장은 아울러 "인적자원을 키워낸다는 `히도즈쿠리`는 제조업을 지속시키는데 핵심이며 정부는 인적자원을 양성하는데 더 많은 재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다카히로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

-`모노즈쿠리`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모노즈쿠리`의 정확한 개념을 알고 싶다. 당신이나 일본인들에게 `모노즈쿠리`란 어떤 의미인가.

▲우선 짚고 넘어가자면, 내가 `모노즈쿠리`라는 개념을 만든 건 아니다. 그 단어는 일본인들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듣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일본어 사전을 보면 `모노즈쿠리`라는 단어가 실려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관찰과 생산현장에서의 인터뷰, 디자인과 제조업 이론 등을 가미해서 이 `모노즈쿠리`의 개념 정의를 분명히 했을 뿐이다. `모노즈쿠리`란 효율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고 산업을 유지시켜 나가는 일련의 경제 활동을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상품 개발과 공정 개선, 생산, 구매, 세일즈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 영업까지 말한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사태가 일어나면서 일본 모노즈쿠리 정신의 쇠퇴를 우려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이것이 최근 도요타 사태에 대한 전형적인 오해라고 본다. 도요타의 최근 리콜 문제는 모노즈쿠리의 쇠퇴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특정 부분에서 발생한 일일 뿐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리콜을 야기한 가속페달이나 플로어 매트(floor mat), 하이브리드 브레이킹 시스템(hybrid braking system) 등의 결함은 제조과정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상 문제다.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문제는 도요타의 생산능력과 직접 연관된 게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도요타의 전략적인 부분과 생산공정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맞다고 본다. `모노즈쿠리`는 하나의 원칙이다. 빠른 성공을 보장하는 일시적인 유행도 아니다. 따라서 도요타 사태를 모노즈쿠리의 쇠퇴와 연결시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모노즈쿠리`의 쇠퇴 원인으로 단카이 세대의 은퇴를 꼽았다. 한국에서도 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조기 은퇴가 자리잡으면서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노동인구가 더 가파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일이 한국 제조업에 어느 정도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보는가.

▲제조업 숙련노동자들의 대규모 은퇴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일 수도 있다. 일본에서 1947년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2007년에 은퇴를 시작한 것에 빗대 이런 현상을 `2007년 문제(The Year 2007 Problem)`라고 불렀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일본 산업측면에서 이를 재앙적인 문제로까지 보지 않았지만, 나는 이것이 장기적인 도전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많은 일본 기업들을 보면 제품에 특화된 기술 중심으로 조직을 새로 짜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기술을 다루는 노력은 찾기 힘들다. 그런 포괄적인 기술은 다른 기업이나 산업을 아우르면서 공유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나는 지난 2004년부터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교수) 강좌를 개설했다. 평균 연령 50세 이상인 60여명이 지난 5년간 이 과정을 마치고 인스트럭터가 됐다. 올해에는 도쿄대과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두 개의 지역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나의 세대나 기업, 산업을 뛰어넘어 모노즈쿠리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더 나은 교육기관을 만드려고 한다. 이런 활동이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시 도요타 리콜 문제로 넘어가서, 회사측에서 초기 대응에 미흡했던 것이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 같다. 도요타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가, 아니면 (문제가 처음부터 커진 것에는) 다른 이유들이 있었다고 보는가.

▲미국 당국과 미디어에 대한 도요타의 초기 대응은 더뎠고 또 회피하는 식이었는데 이는 정말 좋지 않았다고 본다. 도요타 본사측에서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했다고 본다. 자동차와 같이 복잡한 제품을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원인과 결과가 꼬여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심각한 결함이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도요타측에서는 미국과 같이 엄격한 사회에서 회사가 즉각 (제품 결함에 대해) 사과할 경우 엄청난 소송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방적이더라도 철저하게 사과하는 게 더 좋았을 뻔 했다. 과거 독일차들도 그랬듯이 부품결함에 따른 리콜은 어떤 글로벌 자동차업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도요타의 이번 실패를 큰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현재 도요타는 단기적으로 여전히 소송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위기의 정점은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더 엄격한 안전과 환경규제가 마련될 것인데, 이는 도요타에게 반드시 나쁜 소식은 아닐 것이다.
 
(下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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