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기후 위기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채소·과일 가격 폭등이 이젠 연례행사가 된 만큼, 장기적 안목의 대비책이 없다면 앞으로 가격 변동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주산지 확대, 비·열에 강한 품종 개량, 스마트팜 등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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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대형마트 전통시장에 판매하는 토마토 1㎏의 소매가격은 1만 3237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9297원)와 평년(8358원) 대비 각각 42.3%, 58.4% 상승한 가격이다. 토마토는 지난 여름 전라북도 장수군 등 주요 산지에 지속적인 폭염이 발생하면서 생육에 타격을 입었다.
외식업계에서는 토마토 수급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맥도날드는 일부 버거제품에서 토마토를 일시 제외한다고 밝혔다. 폭염으로 토마토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해서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역시 가맹점에 공급하는 토마토 단가를 이날부터 30%가량 인상했다. 써브웨이도 최근 매장에 “토마토 수급 불안정으로 제품에 제공되는 토마토의 수량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시금치 대란도 여전한 상황이다. 같은 날 시금치(100g)의 소매가도 1843원으로 전년(1416원), 평년(930원) 대비 각각 30.1%, 98.1% 폭등했다. 김밥에 시금치를 빼는 김밥집까지 늘고 있다.
이외에도 무 1개의 가격은 3610원으로 전년 대비 48.9% 뛰었고 가시계통 오이(10개) 역시 전년보다 비교해 14.4% 치솟았다. 지금은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배와 사과도 지난 여름 가격이 치솟으며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젠 대란 일상화의 시대”…‘미봉책’ 더는 안 통해
다만 정부는 그때마다 재배지 확충을 위한 농가 인센티브, 채소 등 작물의 해외 수입을 확대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이를 두고 단기적 대책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과채류 가격이 오르자 주요 수입 채소에 ‘할당관세’ 혜택을 주고 있다. 할당 관세는 특정 수입 물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지난달에는 중국산 배추 1100t 수입을 결정했다. 특히 민간 기업의 배추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운송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피부로 다가온 만큼 이젠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한다. 이대로 가면 외국 농산물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정부의 수입조치도 이해는 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농수산물 대란 문제 대응은 정말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9년에서야 정부가 기후 환경 변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구체적인 정책과 연구뿐 아니라 공론화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 교수는 “한국은 산악 지역이 3분의 2가 되는 곳”이라며 “전국적으로 더 높은 지대의 고랭지를 발굴하는 등 주산지에 변화를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일본처럼 비나 열에 강한 저항성 품종을 만들어내는 것도 급선무”라며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원예단지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