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길 꺼낸 이유는 방위산업 관련 기업을 살펴보기에 앞서 국방예산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국방예산은 어느 날 갑자기 파격적으로 올릴 수는 없거든요. 한해 예산이 정해져 있고 올리는 항목이 있으면 빼는 항목도 있기 때문에 한 분야의 예산만 파격적으로 늘리기 어렵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39조원입니다. 국방예산은 다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장병들 월급을 주고 군복 식사 훈련 등에 들어가는 항목을 전력운영비라고 합니다. 전략무기를 구매해 전투력을 높이는 데 쓰는 항목은 방위력개선비라고 합니다. 올해는 39조원의 국방비 중에서 70%인 27조원이 전력운영비이며, 30%인 12조원은 방위력개선비입니다. 해마다 비슷한 비율로 구성됩니다. 방위산업을 이야기 할 때는 전력운영비는 여러 항목 중 정비 관련 예산만 관계가 있고, 방위력개선비라고 하는 12조원이 실질적으로 방산업체와 직결되는 예산입니다. 대표적으로 LIG넥스원(079550)은 방위력개선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방위산업 기업들에 관심 있으신 분들 방위력개선비라는 단어도 일차적인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보는 두 가지 포인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 KAI(Korea Aerospace Industries)라고도 하는 기업은 육해공 중에서 공군 쪽을 담당하는 방위산업업체로 보면 됩니다. 말 그대로 항공기 만드는 곳입니다. 전체 매출의 70%가 방위산업이고, 나머지 30%는 민간항공기 부품 만드는 것이 차지합니다. 방위산업부문은 훈련용 비행기가 주력입니다. T-50이라는 대표 기종이 있습니다. 운전면허 취득후 처음에 신차보다 중고차로 연습하듯 전투기조종사들이 실전을 위해 연습하는 항공기입니다.
주식 관점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두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우선 방위산업주라기 보단 현대차(005380) 같은 수출주에 가깝다는 점, 두번 째로는 지분매각 이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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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주인데 수출주이다?
이 회사의 간판은 T-50이라는 고등훈련기입니다. 전체 매출의 30% 이상 비중을 하지하고, 대형 수출계약이 맺어졌다고 하면 그 이상 40~50%의 비중까지도 나옵니다. 훈련용항공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비행기이고 실제 전투기처럼 초음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대당 가격 200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T-50 1대 수출하면 현대차 소나타 1000대 수출하는 것과 같습니다. 킬로그램(kg)당 가격이 현대차 아반떼는 1kg에 1만원. T-50은 1kg에 435만원으로 400배 차이가 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 전체 매출에서 수출비중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2013년도에는 내수 대비 수출 비중이 절반에 한참 모자랐는데, 작년에는 거의 비등하게 내수 7600억원, 수출 5200억원(3분기말 기준)으로 나타납니다.
수출을 많이 하니까 뜻밖에 환율변수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원화약세 국면이 계속되면 수출주에게는 유리하다는 분석이 일반적입니다.
현재 환율변수는 다소 우호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반면 지분매각 이슈는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항공우주 지분이 대규모로 시장에 많이 나왔습니다. 1월 초에 한화테크윈(012450)이 지분 4%(2800억원)를 내다팔았고, 곧바로 두산(000150)이 5%(3050억원)를 팔았고, 지난 16일에 현대차가 지분 5%(3400억원)를 매각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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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대차의 지분매각은 시장에서 많이 예상되어온 이슈는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현대차까지 지분매각에 가세하면서 올 들어 3개사가 내다 판 주식 총액은 9250억원에 달합니다. 1조원에 육박하는 지분이 시장에 나왔다는데 물량부담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죠.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현재 정부(산업은행)가 26.4%를 가진 최대주주인 가운데 한화테크윈(012450)이 10% 가지고 있다가 4%를 팔아서 6%가 남았고, 현대차(005380)도 10%를 가지고 있다가 절반 팔아서 5%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남은 지분은 6개월간은 안 팔기로 했는데, 바꿔말하면 6개월 뒤에 다시 지분매각 이슈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죠. 또 그사이에 한화테크윈도 매각제한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팔려면 팔 수 있거든요. 이러한 이슈는 분명 투자심리적으로 좋은 뉴스는 아닙니다. 다만 이제 남은 매각물량이 많지 않으니깐 반대로 대량의 물량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씩은 줄어든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민영화하고 싶어도 살 곳이 없다?
한국항공우주를 민영화를 한다는 것은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민간기업에 매각한다는 의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분간 민영화는 어렵다고 봅니다. 정치적 이슈를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2년은 선거의 계절이죠. 정치적 이슈를 배제하더라도 살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은 이유가 큽니다. 한국항공우주란 회사는 원래 외환위기 때 대우 삼성 현대 등 3사가 가진 항공부문을 통합해서 정부주도로 새로 만든 회사입니다. 그래서 정부 외에 주요기업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요.
일단 한국항공우주는 국방과 밀접한 방위산업업체이기 때문에 국내업체가 아닌 해외업체에 경영권지분을 매각할 수가 없습니다. 관계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 내려주는 장관의 자리가 온전할 리가 없겠죠. 같은 맥락에서 여러 자본이 들어가 있는 사모펀드(PEF)도 경영권지분 인수자로 부적절합니다.
그래서 국내 대기업으로 인수후보군이 압축됩니다. 우선 기존주주들 가운데 삼성은 이미 재작년에 한화에게 삼성테크윈(012450)을 매각하면서 손을 뗐습니다. 삼성은 이쪽 사업은 안 하겠다는 뜻이죠.
현대차도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력산업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가 이번 지분 일부 매각에 담겨 있다고 보입니다.. 현대로템(064350)처럼 계열내 방산업체가 있지만 그룹 전체는 주력산업이 아닙니다.
또다른 주주인 두산은 완전히 지분을 다 팔고 나갔습니다. 두산은 아시다시피 지금 새로운 사업을 더 늘리고 할 상황이 되지 않습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입니다.
예전에 한진그룹의 대한항공도 인수를 추진했었는데 지금은 한진해운 문제부터 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민영화를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방위산업업체이고 수익도 잘 내니까 정부가 가지고 있어도 되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는 기술력이 있고, 무엇보다 한국항공우주를 대체할 회사가 국내에 없습니다. 휴대폰은 삼성전자 제품을 쓰다가 싫증나면 다른 제품을 쓸 수 있지만 한국항공우주가 만드는 항공기는 대체 불가능한 품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수입해다가 쓸려면 회사를 키우지도 않았을 테죠. 회사의 상황은 좋은데 주요주주들의 지분매각 이슈와 환율 변동 이슈는 체크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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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력개선비와 연관되는 LIG넥스원
우리나라 방위력개선비가 2014년에 10조5000억원이었는데 이중 11.8%인 1조2400억원이 LIG넥스원(079550)의 매출로 갔다고 보면 됩니다. 이 회사는 정밀유도 감시정찰 지휘통제 이런분야의 무기와 시스템을 만드는 곳인데요, 분야가 조금 어려운데 중·단거리 미사일이나 첨단레이더 같은 품목이 있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했다는 뉴스가 또다시 나왔는데요, 이런 뉴스가 있으면 중소 방산업체 주가들이 움직이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 특징주로 자주 언급되는 방산테마주들은 대부분 2차 협력업체들입니다. 정부와 직접 교섭하는 곳이 아닌 곳이 많고, 전체 매출에서 방산비중이 높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예컨대 포메탈(119500)은 방산보다는 산업기계·자동차부품 비중이 더 많고 방산분야는 14% 정도입니다. 스페코(013810)는 9% 정도가 방산관련 매출로 분류되고 플랜트·풍력사업이 주력이라고 회사 측 자료에 나와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다릅니다. 정부와 직접 거래하는 곳이고 매출의 전부가 방위산업입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하기 전에 우리 군이 먼저 탐지해서 선제타격한다는 개념의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도입과 같은 뉴스들이 나오면 LIG넥스원과 연관지어서 관심있게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항공우주는 수출주의 개념으로 봐야한다고 말씀드렸으나, LIG넥스원은 아직 수출비중은 한자릿수로 높지 않습니다. 내수주입니다. 다만 LIG넥스원의 내수라는 개념은 소비자가 아닌 국가와 거래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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