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현순무용단 ‘삼재’의 한 장면(사진=최성복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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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 두리춤터 테마연구원] 현대의 무용양식은 예측이 어렵다. 혹자는 한국춤의 양식을 민족춤 계승 차원에서 지켜나가자고 주장한다. 한국창작춤의 안무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민족의 양식을 현대사회에 어떻게 담아내는 것이 최선일까 하는 점에서다. 창작이 갖는 새로움의 자유의지를 전통이란 양식적 토대 위에 담아내는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은 한국창작춤을 감상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무대에서 백현순무용단이 한국창작춤 ‘삼재’(三才)를 공연했다. 한국창작춤 2세대 안무가인 백현순의 안무로 올린 작품은 52명의 무용수가 참가하는 대형공연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군무로 채운 집체적인 원무(圓舞)가 압도적이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을 의미하는 ‘삼재’는 우리 민족의 중심사상이었다. 하늘과 땅이란 이원적인 요소를 통해 우주를 인식한 음양사상에 인간을 참여시켜 인간존재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바로 이 ‘삼재’를 합일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 우리 민족이 추구했던 우주관이었다. 따라서 ‘삼재’라는 철학적인 소재가 작품의 중심이다. 그러나 작품에서 관념적인 흐름을 찾기는 어렵다. 철학적인 서사로 이끌어가기보다는 신명나는 축제의 한판 춤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1장 ‘천’(天)은 하늘의 신께 올리는 제사다. 구지가의 소리로 신을 청하고 신을 위한 제전이 시작된다. 카오스의 상태를 상징하는 원소의 결합과 해체가 반복되는 영상이 뜨고 무대에서는 무가적인 주술성을 지닌 서사시 구지가의 “구하구하 수기현야”를 낮은 구음으로 부르며 긴장을 이끈다. 무대는 거북의 몸짓을 상징하는 원시 집체적 몸짓을 반복하며 절정에 이르고 곧 천신(송설)이 등장한다. 비로소 하늘이 열리고 인간은 감사의 춤을 춘다.
| 백현순무용단 ‘삼재’의 한 장면(사진=최성복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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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선 풍요와 다산으로 상징되는 지모신(백민경)이 요령을 흔들어 땅의 기운을 돋운다. 무용수들은 손바닥으로 땅을 치고 발을 구르며 대지를 축원한다. 마치 답지저앙(踏地低昻) 수족상응(手足相應)의 고대 계절제의 의례를 재현한 것 같은 몸짓이다. 열린 하늘과 땅에 인간은 문명을 이룬다.
3장에선 작품의 대단원을 이루는 상생의 조화를 표현했다. 인간의 신(백현순)이 등장해 자손을 축복하고 자손은 사랑의 결실로 인간의 문화를 일궈낸다. 작품은 제(祭)에서 예(禮)로 끝을 맺는다. 인간은 고대 문양의 의물을 들고 예의 형식으로 질서를 찾는다. 신석기시대 홍산문화와 고조선의 유물·유적에서 발견되는 천지인의 상징들은 의물로 디자인돼 궁중의 대서사를 기원하고 그 안에 천지인은 균형과 견제로 서로 화합하고 평화를 이룬다.
안무가 백현순은 삼재의 합일을 통한 축제로 민족적 동질성을 찾고자 했다. 특유의 덧배기춤 가락으로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몸짓으로 이야기했다. 그녀가 추는 달구벌 덧배기춤의 가락처럼 단순과 반복이란 미로 집체적인 신명을 담아 한국창작춤에 대한 혹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하고 있다.
| 백현순무용단 ‘삼재’의 한 장면(사진=최성복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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