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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5번 출구로 나오니 옛 BYC 사옥이 보인다. 사옥 부지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풀이 자라고 있따. 앞으로 여기에 최고 층수 37층 짜리 2개동 건물이 들어선다.(사진=전재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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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4·5번 출구로 나오니 익숙한 빨간색 로고가 눈에 띄었다. 섬유회사 BYC의 옛 본점 부지에 걸린 간판이다. 빨간색 내의로 대표되는 상품마따나 건물은 빨간 벽돌로 지었다. 육안으로 보더라도 낡은 태가 역력했다. 지상에 차량이 주차된 걸로 보니 실내(지하) 주차장은 없어 보였다. 오래된 건물 특징이다.
건축물대장을 떼어보니 지하 1층과 지상 3층으로 지은 건물이고 주차장은 실외(1층)가 전부다. 지난해 8월 본사가 이전하면서 건물은 비어 있다. 주차장은 일반에 유료로 개방했다. 주차난이 심한 지역이라 주민 반응이 좋다고 한다. 건축물대장을 보니 허가일, 준공일, 사용승인일이 비어 있어 특이하다. 인허가 시기가 불명확한 탓으로 보인다. 보통 오래된 건물 대장이 이렇게 생겼다. 회사 연혁을 보면 회사가 여기를 본점으로 삼은 게 1979년이다. 보수적으로 이때를 준공일로 치면 45년 된 건물이다.
이때부터 BYC 옛 사옥은 생산과 유통을 책임졌다. 이후 지방과 해외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1980년대부터는 ‘헤드쿼터’로 기능했다. 동네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80대 시민은 “BYC가 오고 공장이 돌아가고 물류 차량이 드나들면서 일자리가 생기고 돈이 돌았다”며 “BYC가 대림동을 먹여 살렸다”고 기억했다.
| 26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섬유회사 BYC의 옛 사옥 건물. 사옥은 지난해 옮겨서 이 건물은 비어 있다. ‘세계 제일의 BYC!’라는 표어가 아직 걸려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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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BYC는 대림동뿐 아니라 국내 경제를 이끈 기업이다. 1980년대 연 매출 기준으로 국내 100대 기업에 꼽혔고, 한국거래소가 꼽은 최우량기업(1991년)에 선정됐다. 올해로 1955년 설립한 지 69년, 1975년 상장한 지 49년. 오랜 기간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선택받아온 알짜기업이지만 사옥은 세월을 거스르지 못했다. 결국 BYC는 지난해 8월 인근 직영매장을 헐어 사옥을 새로 짓고 본점을 옮겼다. 그리고 이전 사옥 부지(1만1540㎡)를 업무·근린시설로 개발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서울시도 개발에 호의적이어서 BYC 부지를 기존 대림광역중심 지구단위계획에 포함하고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밀어줬다. 지난 5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부지에 지하 5~지상 37층 2개 동을 올리는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이제 착공에 들어가는 일이 코앞이다. 새 건물에는 중·상층부에 주거와 업무용 오피스텔이, 저층부에는 판매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입지는 우수한 편이다. 지리적으로 여의도업무지구(YBD)와 5km 이내로 자리해서 차량으로 30분이면 오간다.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을 거쳐서 강남업무지구(GBD)로 접근이 편하다. 길 건너는 IT산업의 메카인 서울디지털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도로망을 보면 가까이 위치한 시흥IC를 거쳐 남부순환로와 1번 국도로 진출입이 쉽다.
| 26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섬유회사 BYC의 옛 사옥 건물. 사옥은 지난해 옮겨서 이 건물은 비어 있다. ‘세계 제일의 BYC!’라는 표어가 아직 걸려 있다. 건물 오른편 뒤로는 BYC 새 사옥 간판이 보인다.(사진=전재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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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림동에만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된 개발 구역이 8곳이나 된다. BYC 개발부지에서 도보로 최장 10분 거리 안쪽에 있다. 가장 가까이는 BYC 부지 바로 옆에서 동서식품 남부지사 부지(면적 3241.6㎡)가 업무·근생시설로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부지 개발은 공익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지 상부에는 공원이, 하부에는 저류조가 들어선다. 비가 많이 내리면 빗물을 머금어 도림천 수위를 조절하는 장치다. 아울러 기존 빗물펌프장은 용량을 늘리기로 했다. 부지와 바로 닿아 있는 도림천은 비가 내리면 수시로 범람해 수해를 일으킨다. 가깝게는 2020년 8월 서울 폭우 당시 도림천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동네에서 만난 주민은 “도림천이 범람하면 쓰레기가 넘쳐나고 냄새가 진동해 동네가 망가진다”며 “BYC 부지를 개발하면서 수해 방지 대책까지 마련한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