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보수’라고 자부하는 60대 남성 김모씨는 통합당을 생각하면 분노가 끓어오른다. 총선에서 압승해 문재인 대통령의 일방독주를 견제해야 하는데 한국당의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집안 싸움을 하고 있다니 한심하다”고 토로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4·15총선에서 처음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뒤흔들면서 막장정치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을 통해 거대 양당제의 폐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꼼수 비례정당의 속출 현상으로 거대 정당 의석수만 늘어나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코로나19 피해로 경제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지나친 꼼수정치라는 자성론이 흘러나온다.
더불어시민당 지지율 37.8% vs 미래한국당 30.7%
통합당은 총선이 끝나면 합당할 위성정당과 모(母)정당이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통합당은 한국당이 지난 16일 밝힌 비례대표 후보 46명과 관련해 통합당의 영입 인재들이 탈락하거나 당선권 밖인 20위권 이후로 밀려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비례후보 순번 앞번호를 얻기 위해 민주당의 각종 비난에도 의원 꿔주기까지 했던 모정당이 공천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9일 통합당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조정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부결시켰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이 제2의 비례정당 창당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시민당이 미래한국당에 다소 앞서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성인 15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더불어시민당은 37.8%, 미래한국당 30.7%의 지지율을 각각 보였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코로나19로 총선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 두 거대정당의 독무대가 되가고 있다”며 “거대 정당들의 꼼수 정치로 중도층이 정치판을 떠나고 정치 혐오를 유발해 투표율을 떨어뜨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