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가격 인상·판매 호조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는

철광석, 강점탄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제품가격 올랐지만 100% 반영 안돼"
연말 비수기임에도 판매는 호조세
내년 이후 업황 개선 기대..수익성 강화 노력
  • 등록 2016-12-05 오전 6:00:30

    수정 2016-12-05 오전 6:00:3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철강 원재료인 철강석과 강점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업계가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수익성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수요산업의 침체로 원료비 증가분을 아직 제품가격에 100%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4분기 수익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다만 제품가격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일부 수요처에서 제품 확보에 나서면서 비수기인 연말에도 불구하고 제품 영업과 판매는 예년보다 호전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 리오틴토 분광의 철광석 스팟 가격은 작년말 t당 34달러 수준이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t당 70달러를 웃돌며 2배 이상 올랐다. 중국 칭다오항에서 인도되고 있는 철광석 가격은 최근 t당 80.83달러를 기록하며 2014년 10월 이후 2년여만에 80달러를 돌파했다.

또 다른 원료인 강점탄 가격은 더 큰폭으로 올랐다. 호주산 강점탄의 경우 올 1분기 평균 t당 81달러에서 4분기에는 200달러로 뛰었다. 스팟가격은 이미 t당 300달러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포스코(005490)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등 주요 철강사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업체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열연제품은 연초 대비 t당 17만원 정도 올랐다. 조선이나 건설용으로 쓰이는 후판 가격은 7~8만원 정도 상승했다. 철근값은 올 1분기 10% 정도 하락했다가 현재는 낙폭을 거의 회복했다. 그러나 수요처의 저항으로 원료가격 변동폭을 온전히 제품가격에 반영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100원 올랐으면 제품값에도 100원을 반영해야 하는데 지금은 50원밖에 반영을 못하고 있다”며 “가격이 올랐음에도 4분기 마진은 오히려 줄었다”고 설명했다.

자료: 각사
철강업계는 원료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4분기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자 수요처에서도 제품가격의 인상을 예견하고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 철강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영업부서만큼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체 영업담당 관계자는 “가격이 더 올라갈 거라고 하니까 내수와 수출 모두 예년 이맘때에 비해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5년 사이에는 볼 수 없었던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 트럼프 당선 이후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기대되면서 건설·조선 분야의 수요 증가가 점쳐지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는 최근 철광석과 강점탄 등 철강 원자재 가격 상승의 배경이기도 하다. 여기에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어 내년 이후 철강업계의 업황 개선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수출 물량의 일부 감소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인도, 베트남 등 신규 시장 개척 성과도 이미 적지 않다”며 “국내 철강사들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동시에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키워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철강제품 중 하나인 열연강재 모습. 포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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