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정부가 철강업종 공급과잉 분야의 자발적 설비 감축을 유도키로 했지만 각 분야별 특성과 사업·지배구조를 감안하면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될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철강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에서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요침체를 겪고 있는 후판·강관 분야의 자발적 설비 감축을 유도하고 내수품목인 철근·형강도 중장기적으로 설비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해양플랜트에 쓰이는 후판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메이저업체가 만든다. 이들 3사는 2007년부터 2013년 사이 집중적으로 후판 설비투자를 늘렸으나 같은 기간 전방산업인 조선·해양플랜트가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후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컸던 동국제강의 영향이 컸고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가동률도 낮은 수준이고 고정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후판업체별 생산량을 보면 자발적 추가 감축 가능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포스코는 4개 공장에서 총 779만톤, 현대제철은 2개 공장에서 350만톤 설비를 보유중이고 동국제강은 1개 공장에서 150만톤 설비를 갖추고 있는 등 규모가 커 인위적 감축이 쉽지 않다. 작년 포항공장을 폐쇄한 동국제강은 남은 1개를 추가 폐쇄하면 이 분야에서 손을 떼는 것과 같고 포스코·현대제철도 설비 폐쇄시 인력 재배치와 일시적 손실인식, 향후 중국산 수입제품 대응력 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발적 구조조정 진행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
건설분야에 많이 쓰이는 철근은 현대제철 동국제강을 비롯해 한국철강 대한제강 환영철강 등이 대표 업체다. 문제는 철근은 현재 영업수익이 좋은 편이고 현대제철·동국제강을 제외하면 철근분야만 단일 사업으로 하고 있는 오너기업이라는 사업·지배구조 특성이 구조조정 관건이다. 황성환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기업들간 이해관계를 조정·압박하는 정책수단이 제한적이어서 철근분야 구조조정은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나마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곳은 강관분야가 꼽힌다. 북미 에너지 개발수요 위축으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강관분야는 중소업체 130여개가 난립해있다. 북미 수출특수를 누렸지만 지금은 유가 하락과 수입규제로 상황이 어려워졌다. 특히 이 분야는 메이저업체인 세아제강과 현대제철의 생산량 점유율이 각 15%, 7% 수준에 불과할 만큼 많은 중소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 넥스틸 휴스틸 스틸플라워 아주베스틸 일진제강 금강공업 등 6개 중견 강관제조사의 별도기준 합산 매출액은 2014년 2조5100억원이었지만 2015년 1조23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황 연구원은 “강관은 내수품목인 철근과 달리 수출에 의존했던 회사들이 많다”며 단일 품목 단일 매출지역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업체중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