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금고에만 60조"…외국인들, 배당확대 압력행사

WSJ "미국계 기관투자가, 경영진 만나 배당확대 요구"
  • 등록 2014-07-08 오전 8:39:34

    수정 2014-07-08 오전 8:47:04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005930)에 배당을 늘리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내부에 쌓아둔 현금 60조원이 빌미가 됐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뉴욕에 있는 헤지펀드인 페리 케피탈(perry capital), 약트만 에셋매니지먼트(yacktman asset management), 아티젠 파트너스(artisan partners)는 삼성전자 경영진과 만나 배당금을 늘리고, 중단된 자사주 매입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약 600억달러(60조원)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작년 주주들에게 영업이익(36조7900억원)의 7.2%만 지급했다. 이는 지난 2007년 40%에서 꾸준히 줄어든 수치다. 삼성의 배당수익률은 1% 수준으로 아울러 경쟁상인 애플이나 인텔은 물론 대만 반도체 업체의 절반 수준이며, 자사주 매입은 지난 2007년 이후 중단됐다.

삼성이 내부에 유보해둔 현금은 600억달러나 되고 올해도 250억달러의 현금을 추가로 쌓아두는 등 내년까지는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내부현금을 보유할 것으로 신문은 추산했다.

삼성이 사상최대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면서도 배당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을 확대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지난 2008년 42%에서 작년 50%에 육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애널리스트와의 간담회에서 내부 유보현금을 신중하게 쓸 것이란 방침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는 “미래 더 많은 배당을 위해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고 해 배당보다 신규투자를 위해 돈을 적립해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배당에 인색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배당을 늘리는 게 주가부양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한달 간 11%나 하락하며 250억달러어치가 사라진 상태다. 삼성 시가총액은 작년 순이익의 7배에 불과하다. 반면 애플과 인텔은 16~17배 수준이다.

WSJ은 삼성전자의 이런 행보가 몇 년전 애플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신규투자를 위해 1000억달러 규모의 천문학적인 현금을 보유한 바 있다. 애플은 배당을 늘리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해 배당금을 늘렸고, 주가는 66%가량 치솟았다.

데이비드 러스코프 페리케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게 주가를 올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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