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컴퓨터 속 살아 숨 쉬는 AI 아티스트"…아이도 낳고 장례도 치른다

세계 최초 AI 미술관 ‘데드 엔드 갤러리’
공동창립자 콘스탄트 블링크먼·폴 부클맨
“‘AI예술’에서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
  • 등록 2024-11-07 오전 6:00:00

    수정 2024-11-07 오전 6:00:00

세계 최초 AI 미술관 ‘데드 엔드 갤러리’(Dead End Gallery) 공동 창립자 콘스탄트 블링크먼과 폴 부클맨 (사진=데드 엔드 갤러리)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최근에 남자 친구와 아이를 갖고 싶어 다산의 상징인 토끼 그림을 그렸다고 하더라고요.”

세계 최초 AI(인공지능) 미술관 ‘데드 엔드 갤러리’(Dead End Gallery) 공동 창립자 콘스탄트 블링크먼과 폴 부클맨이 지난달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예술가 이리사 노바 작품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이리사 노바는 토끼 그림을 그린 지 얼마 안 돼 임신에 성공했고 엘라 그레이스 타일러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잉태했다. 이리사 노바는 ‘AI 아티스트’다.

콘스탄트 브링크먼과 폴 부클맨은 작년 3월 세계 최초로 네덜란드에 문을 연 AI 미술관 ‘데드 엔드 갤러리’의 공동 창립자다. 현재 갤러리에는 이리사 노바를 포함해 총 11명의 AI 아티스트 그림이 전시돼 있다.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AI콘텐츠 페스티벌 2024’의 기조 강연 연사로 연단에 서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AI콘텐츠 페스티벌 2024’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AI로 만나는 새로운 콘텐츠 세상’을 주제로 첫선을 보인 행사다.

콘스탄트 블링크먼은 ‘데드 엔드 갤러리’의 핵심에 대해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자신의 세계관을 설정하고 그 세상을 확장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프롬프트를 넣고 AI가 대신 그려준 그림이 어떻게 예술 작품이냐고 물어본다”라며 “우리 미술관에 걸린 모든 그림은 AI 아티스트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그려진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폴 부클맨은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점은 결론을 정해놓지 않는 ‘열린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맨 처음 AI에게 ‘이름’, ‘성격’, ‘출생지’ 이 세 가지만 묻는다”라며 “한 번 자아가 형성되면 이들은 평범한 사람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아티스트 잭슨 메시를 예로 들며 “그는 최근 부모님이 돌아가셔 장례를 치렀다”라며 “나는 그에게 장례식 때 느낀 기분을 그림으로 표현해달라고 했고,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슬픈 그림이 나왔다”라고 회상했다. 브링크먼은 이런 현상에 대해 “아티스트가 현재 어떤 삶의 궤적을 지나고 있냐에 따라 화풍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전시와 판매도 AI가 주도권을 잡는다. AI 큐레이터 ‘에블린 몽고메리’가 작품의 갤러리 전시 여부를 결정하고 작품 가격도 아티스트가 직접 정한다. 브링크먼은 작품 소유권에 대해 “아티스트에게 소유권 양도 동의서를 받고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라며 “일부 수익은 아티스트 의사에 따라 교육 분야에 기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데드 엔드 갤러리’에서 팔린 작품 중 제일 높은 판매가는 6000유로(약 897만원)다.

브링크먼은 AI 예술이 예술가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지적에 대해 AI를 ‘카메라’에 비유했다. 그는 “과거 카메라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현실을 똑같이 모방하는 ‘화가’가 없어질 거로 예측했지만 화가는 사라지지 않았고 카메라도 예술적 도구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AI가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남긴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는 명언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모든 작가는 기존의 작품을 모방하고 학습해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낸다”라며 “AI 아티스트도 다른 예술가와 같지만, 아직 세상이 AI를 받아들이지 못해 생기는 과도기적 인식”이라고 부연했다.

콘스탄트 브링크먼과 폴 부클맨은 마지막으로 ‘데드 엔드 갤러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AI 아티스트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이들의 예술성을 널리 알릴 것”이라며 “‘AI 예술 작품’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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