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선물 가격이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에 마감했다. 하루 새 무려 305.9% 하락한 것이다.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가 현실화됐다.
6월 선물은 배럴당 20.43달러에 마감했으나 전일보다 18.38% 하락한 것이다. 단기 유가 하방 압력이 원유 감산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산유국들, 특히 미국의 감축을 압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에서 “WTI 5월 선물 폭락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한 석유 수요 불확실성이 ‘공급 과잉’ 공포로 자리잡은 가운데 뉴욕상업거래소(NYMEX) 원유 선물 시장 만기 이벤트까지 겹친 탓”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OPEC 회원국 및 비회원국 모임) 등 산유국들이 하루에 970만배럴을 감축하겠다고 합의했음에도 하루에 2000만배럴 이상씩 급감하는 수요를 상쇄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더구나 산유국 감산은 5월부터 이행돼 당장의 공급 과잉 공포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 원유 저장시설 부족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최근 들어 매주 1000만배럴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는 원유 재고 증가로 저장시설 용량의 84.1%가 채워졌다. 생산자들이 웃돈을 주고라도 원유를 판매해야 할 지경이라는 점도 단기 유가 악재로 작용한다.
WTI 선물이 과도하게 콘탱코(Contango) 상태란 점도 유가 하방 요인이다. 황 연구원은 “최근 배럴당 7달러 이상까지 확대된 WTI 선물 1차월물(6월물)-최근월물(5월물) 간 스프레드가 5월물 만기(4월 21일)를 앞둔 롤오버 물량에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롤오버를 포기한 대량 매도세가 쏟아진 것도 WTI 선물 5월물 가격 폭락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봉쇄 해제가 현실화돼야 산유국 실효성도 평가가 가능하다”며 “그 전까지는 불가피한 단기 유가 하방 압력이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산유국들, 특히 미국의 원유 생산 감축을 압박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