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드] 대·중기 임금격차 심화 원인과 해법은

‘불공정 하도급 거래→中企수익성 악화→임금인상 여력 약화’ 악순환
청년 일자리 미스매칭·계층갈등 심화 등 사회적 문제로 확산
  • 등록 2016-10-18 오전 7:00:00

    수정 2016-10-18 오전 7:00:00

[이데일리 박철근 박경훈 기자] “대기업 근로자 임금을 5년간 동결하면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를 줄이고 청년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제안한 발언 내용이다. 다소 황당하고 현실성이 낮아 보이지만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 근로자의 62.0% 수준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가장 격차가 심했다. 올해 1~5월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는 61.6%로 더욱 악화됐다.

대·중기 임금격차 확대는 단순한 임금문제만은 아니다. 임금격차가 커질수록 청년실업 심화, 계층간 갈등 확대 등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기 수익성 저하…임금 인상 여력 없어

중기중앙회가 발간한 ‘2016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월 227만원이던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은 7년이 지난 2015년 66만원 오른 293만원을 기록했다. 1년에 10만원도 채 오르지 않은 셈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 근로자 월급은 378만원에서 484만원으로 106만원 올랐다.

중기 근로자 임금상승이 더딘 이유는 국내 산업구조가 대부분 대·중소기업간 하도급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원청업체의 수익성은 개선되더라도 협력업체들의 수익성은 하락하거나 제자리를 걷는 형국이다.

지난해 중기중앙회와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공동연구한 ‘제조 협력업체의 경영성과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의 국내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5.7%에서 2014년 13.8%로 8.1%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6%에서 4.2%로 0.4%포인트 감소했다.

현대자동차(005380)그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8년 8.2%에서 2013년 9.3%를 기록했다. 하지만 비계열 부품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3.6%에서 3.3%를 기록해 계열 부품사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A사 대표는 “수익성이 악화되더라도 원청업체와의 지속 거래를 위해 연구·개발(R&D)이나 접대비 등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다보니 우수인력을 잡아두고 싶지만 급여 만족도를 채워줄 수 있는 여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김지혜(27·여)씨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중소기업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도 “취업 후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는 현실에서 대기업 임금의 60% 수준인 중소기업보다는 급여가 높은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중소기업은 급여수준이 대기업에 버금가는 곳도 있다”며 “하지만 그런 기업들은 특정한 직종만 뽑거나 대기업 취업만큼 취업문이 좁다”고 전했다.

◇원청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임금인상 여건 악화

중소기업계는 대·중기 임금격차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를 꼽는다. 주로 대기업인 원청업체들이 이익 보전을 위해 하청업체인 중견·중소기업에 원가절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중소제조업 원가절감 실태조사’에서도 원청업체의 원가절감 인하요구로 겪는 애로사항(중복응답)으로 28.8%가 ‘임금·복지 등 근무여건 악화’를 꼽았다.

김경아 중견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구조로 인해 대기업이 상품가격 결정 시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수직적 거래의 하위계층 기업들에게 생산 공정의 일부를 이양하고 단가인하(CR)의 압박을 가하는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도급 거래시 불공정거래는 결국 중견·중소기업의 매출 및 수익성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하위기업인 중견·중소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해당 기업의 근로자들이 저임금 위험에 처하고 질 낮은 일자리가 지속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원청업체의 원가절감 요구로 하청업체인 중견·중소기업들의 이익이 줄다보니 임금을 인상시켜줄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자료= 중소기업연구원)
◇성과공유제 도입 미흡…중기 자발적 노력도 필요

대기업과의 거래관행과 같은 외부 변수로만 대·중기 임금격차 심화현상 원인을 꼽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도 스스로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성과공유제다. 지난 2007년 도입한 성과공유제는 중소기업의 이익·성과를 근로자들과 공유하는 사례로 경영성과급이나 우리사주제도, 주식매수선택권, 내일채움공제 등의 종류가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성과공유제 활용은 36.0%에 불과했다”며 “성과공유제를 활용한 기업도 종업원 1인당 181만원을 지급해 매출액 대비 성과공유지급액은 0.6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성과공유제와 같은 특별급여의 개선이 필요한 것은 대·중기간 급여수준에서 특별급여의 차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2015 사업체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근로자의 대기업 대비 기본급 등의 정액급여 수준은 75.0%인 반면 특별급여 수준은 19.0%에 머물렀다. 노 위원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과공유제 도입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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