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여파로 계열사·자산 절반으로 줄어
동부그룹의 역사는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준기 회장이 자본금 2400만원으로 직원 2명과 함께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했다. 미륭건설은 1973~1980년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시장에 진출해 20억달러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그룹의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이 외화를 바탕으로 동부그룹은 그룹 체계를 갖추게 된다. 1980년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를 인수한 뒤 1997년 동부하이텍을 설립했다.
물류와 농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2013년 총 자산 17조1000억원에 계열사 61개를 거느리며 재계 서열 17위에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제조 부문 핵심기업들이 몇 년간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서 같은 해 11월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구 계획을 내놓게 된다. 더욱이 산업은행이 포스코를 상대로 추진했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건설 당진발전소 패키지 매각에 무산되면서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의 방향마저 바뀌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건설을 매각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최근 2~3년간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며 “그룹이 건전성 확보에 매진하면서 한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골칫거리였던 계열사들의 실적이 향상되면서 우울했던 그룹의 분위기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건설·철강에서 전자·금융으로…“동부대우전자 경영권 방어 등 관건”
그룹 재건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먼저 동부대우전자의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 앞서 동부대우전자는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재무구조 약정을 지키지 못할 뻔해 매각 위기에 몰렸지만 유상증자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동부그룹은 FI에게 ‘인수 후 3년 이내에 동부대우전자 순자산 1800억원 이상 유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손순실을 기록하면서 순자산은 1758억원을 기록했다. 내년까지 동부대우전자를 기업공개(IPO)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동부그룹은 IPO에 실패하더라도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매수하면 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채권은행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동부화재 역시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가 녹록지 않고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국제회계기준(IFRS)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있는 등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 계열사중 전자 부문이 예상외로 괜찮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국내외 변수로 다시 한번 흔들린다면 되돌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그룹 재건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