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측 "이순자, 5·18 사과한 것 아니다"…선긋기 나서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이순자 씨가 대리 사죄한 대상에는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나 유족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27일 전씨 측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기자들과 만나 “기사를 보니 5·18 단체들이 사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데, (이씨가) 5·18 관련해서 말씀하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씨가) 분명히 재임 중이라고 말했다”라며 “진정성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씨는 전씨가 대통령으로서 ‘재임 중’ 벌어진 일에 대해서만 사죄한 것이며, 5·18은 전씨의 취임일인 1980년 9월 1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이씨는 이날 오전 발인식에서 “남편(전씨)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씨는 “돌이켜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나시고 저희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덧붙인 바 있다. 이후 5·18 관련 단체들은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씨의)재임 중 벌어진 일은 예를 들면 어떤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시위하던 학생들이 그런 경우도 있고, 경찰 고문으로 죽은 학생들도 있었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민 전 비서관은 전씨 측 사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 전 비서관은 “재임 중일 때 여러 가지 과오가 있었고 그것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한테 사과한다는 말은 회고록에도 있고, 그동안 몇 차례 있었다”면서 “백담사에 들어갈 때도 했고, 국회 청문회 때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까지 안 하다가 처음 하는 것 같이 얘기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에 출마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측은 이씨의 사과에 “뜬금없고 앞뒤가 모순인 립싱크 사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전 부총리 측의 송문희 대변인은 “이씨가 남편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까지 칭송해온 터라 사죄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전두환씨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