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화장품 대장주로 군림하던 아모레퍼시픽(090430)이 큰성장축이었던 중국 시장의 돌발 변수에 부딪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한·중 정치적 갈등이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 경색에 따른 한류 콘텐츠 위기는 이미 관련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중에서도 중국 기대감으로 부쩍 성장한 아모레퍼시픽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화장품 선도기업으로서 중국발 악재를 떨쳐내고 업황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방판으로 성장 주도…화장품 황제株로
아모레퍼시픽은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이 1945년 세운 태평양화학공업사가 전신이다. 1959년 법인으로 전환한 후 1960년대 국내 경제성장과 더불어 성장했다. 한때 가장 많이 쓰이던 화장품 판매채널인 ‘방판(방문판매)’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기업이기도 하다. 1963년 일명 ‘아모레 레이디’로 불리는 전문 미용사원제도를 도입해 화장품 유통구조를 변화했으며 아이오페와 라네즈, 헤라, 마몽드 등 다양한 브랜드 판매로 외형을 키웠다. 1978년에는 태평양기술연구원을 세우고 생활건강사업에도 진출해 녹차 음료 브랜드인 설록차를 출시했으며 댄트롤닥터샴푸, 메디던트 토탈치약, 비타민 헤어팩 샴푸 등의 라인업을 꾸렸다.
증시에는 1973년 상장했다. 주가는 1980년대 중반까지 수천원대에 머물다가 1997년 대표 제품인 설화수 출시 후 시장 관심을 받으면서 2000년대 10만원선을 돌파했다. 설화수를 중심으로 한 방문판매 성장으로 2002년에는 처음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섰다. 2006년 기업분할을 통해 존속법인이 지주회사(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002790))로 전환하고 사업회사(아모레퍼시픽)가 신설되면서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됐다. 화장품·생활용품·녹차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는 40만원대에 상장 후 2010년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대열에 들어섰다.
황제주 편입 후에도 주가 상승세는 거침없었다. 국내 화장품 수요의 지속 성장과 고급 화장품의 고성장에 힘입어 실적이 나날이 개선된 것이다. 매출액은 2010년 2조원, 2013년 3조원을 넘어서며 고공성장했다.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 1위를 지키고 있던 설화수가 2010년 중국 방문판매 사업허가를 따내면서 1급도시 론칭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3월 해외사업부문은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2012~2013년 화장품 시장 경쟁 심화와 중국 매출 부진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2014년부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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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악재 직면…해외시장 다변화 추진
액면분할 후에도 승승장구를 거두던 주가는 올 하반기 사드 배치와 치약 리콜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 정부가 유커와 한류 콘텐츠 규제 등을 모색하면서 중국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지난달 화장품 수출액의 전년동월대비 성장률(약 25%)은 전월(47%)대비 크게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메디안 치약’ 등 주력 제품에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 신뢰도 하락과 대규모 제품 환불이라는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지난달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이 발표된 후 중국의 ‘한한령(한류 콘텐츠 제한)’ 소식이 타격을 주면서 24일에는 액면분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2만원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증권사들도 줄줄이 목표가를 낮추면서 화장품 업종 자체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강수민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너무 높은 의존도는 국가간 이슈 때마다 화장품주 주가를 크게 흔들고 실적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중국 시장 고성장에 기댄 화장품주 고밸류에이션은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해외시장 진출 노력을 감안하면 중장기 성장성은 유효하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5대 글로벌 챔피언(설화수·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겠다는 게 회사 전략이다. 중국 외 다른 아시아 지역에도 진출하고 있으며 북미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설화수·라네즈 판매에 힘입어 전년동기대비 26% 성장한 2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면세점(133개)보다 많은 해외 면세점(210개) 입점도 경쟁력이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면세점 입점에 대한 마케팅 효과가 중국 성장 둔화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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