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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사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올해 기업협찬 만료를 앞두고 내년도 후원을 따내야 하는 클래식 공연기획사 실무 관계자들의 말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공연계가 후폭풍을 맞고 있다. 연중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연말을 앞두고도 기업후원이 신통치 않아서다. 특히 고가의 클래식 분야와 서울이 아닌 지방, 대형 뮤지컬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리란 우려가 현실화하는 건 아닌지 초긴장 상태다.
A공연 기획사의 경우 연말 공연에 후원을 약속한 기업에서 계약 확정을 미루다 결국 협찬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기업과 기획사 간 협찬 금액을 대폭 줄여 후원계약을 성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후원금이 줄면서 기업에 제공하던 공연 초대권도 반토막 났다”며 “동시에 티켓 판매도 기존보다 약 15~20% 줄어들어 예년 공연에 비해 빈 좌석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협찬사와 후원계약 시 약정서 항목들을 더 구체적으로 기입할 것을 원하고 있다”며 “보통 초대권 수, 홍보책자, 현수막, 홍보문구 등 서비스 구성을 게재했다면 협찬금의 부가적 가치 만족도까지 환산해야 할 정도로 까다로워져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약정서도 양쪽 변호사가 확인 후 수차례 수정단계를 거치는 식”이라며 “협찬이 이렇게라도 성사되면 다행이지만 신경 쓸 일이 많아져 아예 협찬을 안하려는 기업들이 생겨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카드·은행사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은 그동안 클래식·뮤지컬 공연 초대권을 고객 마케팅 및 거래처 접대에 활용해왔다. 공연제작사 및 기획사는 협찬 금액의 20∼30%를 초대권 형태로 줬고 대기업이나 금융사는 이렇게 생긴 표를 VIP 고객에게 선물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었다. 현재 전체 공연 매출에서 기업후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게는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뮤지컬 제작사는 지방투어를 포기했다. A사는 “관람 수요가 수도권 대비 낮은 지방 투어의 경우 기업 협찬 없이는 사실상 공연을 유지할 수 없다”며 “공연장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기자 대신 리뷰 블로거가 자리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공연계는 김영란법에 대해 취지는 동의하나 시장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법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현재 티켓 판매 저조 현상이 김영란법 시행 때문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로 공연장을 찾는 일반인 발길이 확 줄어든 것 같다. 또 이번 달 워낙 좋은 공연이 많다보니 관객이 분산된 효과도 있었다”며 “공짜티켓을 지원금 액수만큼 받는 기업들의 후원문화 및 공짜초대권을 받았던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의 관람태도 근절에는 향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