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월드(이랜드그룹)는 유동성 위기 탈출을 위해 킴스클럽과 중국 티니위니 매각,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 등 독기 어린 자구책을 쏟아내고 이를 통해 현재 5조5000억원을 웃도는 차입금을 올 연말까지 4조원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회사 측은 당장 킴스클럽과 티니위니 매각만으로도 차입금을 1조5000억원 줄여 작년 말 기준 300%대의 부채비율을 200%대로 낮추고 신용등급 방어는 물론 상승 초석까지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재무불확실성을 충분히 해소하기 위해선 이랜드리테일 IPO 성공 여부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다.
“킴스클럽 매각 작업 마무리 단계”…기대 못 미쳐 실망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킴스클럽 매각은 지난 3월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마무리 협상 중이다. 애초 매각가격 7000억~1조원까지 거론됐으나 결과적으로 37개 점포 영업권과 부대시설을 포함해 5000억원 내외에서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협상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면서 “이달에는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딧시장 전문가들은 매각가가 대폭 낮아져 재무개선 효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여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핵심점포인 뉴코아 강남점이 당초 전망과 달리 매각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지적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매각 작업이 상당기간 지연되고 매각대상과 금액도 축소된 상황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예상 수준을 크게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티니위니 매각도 병행하고 있다. 티니위니는 중국 내 1200개가 넘는 직영매장을 가진 의류브랜드로 지난해 매출 4218억원에 당기순이익 895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뛰어난 알짜 사업이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매각 결정을 내린 것은 티니위니를 팔아 1조원이 넘는 거액을 단번에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매각작업은 순조롭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6월 진행한 매각 예비입찰에서 10개 후보 기업 중 1조원 이상을 써낸 5곳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5곳을 대상으로 실사 중이며, 8월 안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빠르면 계약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킴스클럽과 티니위니 매각으로만 애초 재원 마련 목표치인 1조5000억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은 최우선적으로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리테일,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장”…재무적 불확실성 해소 관건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랜드리테일의 IPO는 재무개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과거 IPO 진행과 철회를 반복하는 등 계열사 상장을 극도로 꺼려온 이랜드그룹 최고경영진의 성향을 감안할 때 상장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의구심이 제기되자 이랜드 측은 현대증권에 이어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추가 선정하면서 시장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대표주관사를 추가 선정한 후 준비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주관사들과 협의해봐야겠지만 적어도 연내 시장과 약속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상장을 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은 사업부 매각과 달리 사업경쟁력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자본 확충이 가능하기에 재무구조 개선효과는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랜드 측은 킴스클럽과 티니위니 매각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만큼 IPO 과정에서 여유를 갖고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생각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전문 유통기업으로서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IPO 대어로 간주된다.
신용평가사들은 악화일로인 이랜드그룹 전반의 실적을 고려할 때 다른 자구안과 더불어 이랜드리테일 IPO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추진 중인 자구계획이 원활히 이뤄지면 재무안정성이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다”면서도 “알짜자산 매각으로 영업실적 저하 폭이 커져 구조조정 효과가 반감할 수 있는 만큼 재무적 불확실성을 충분히 해소하기 위해선 수익창출력 보존과 자본 확충을 기대할 수 있는 이랜드리테일 IPO 성사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