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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직후부터 산후조리원에서의 2주 등을 포함해 1개월 미만의 아이의 패턴은 먹고, 자고 외에는 관찰하기 힘들다. 이 시기 아이는 인간이라기보단 사랑스런 ‘짐승’에 가깝다는 게 내 솔직한 평이다. 생후 0개월 아이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모로반사와 ‘용쓰기’이다. 먼저 육아초보인 엄마아빠에게 모로반사는 아이의 수면을 헤치는 바이러스와 같다. 아이는 큰 소리나, 자극에 놀라 갑자기 손과 발을 번쩍 드는데 이를 모로반사라고 한다. 때론 아무런 자극 없이도 모로반사를 하곤 한다.
문제는 모로반사로 인해서 잠이 든 아이가 깬다는 것이다. 겨우겨우 재웠는데 모로반사로 깨 울기라도 하면 그만큼 허탈하고 짜증나는 것도 없다. 우리도 모로반사로 인한 깸을 막기 위해 속싸개를 사용했는데, 아이의 힘이 얼마나 센지 금방 풀려서 무용지물이었다. 대신 스와들업을 사용했는데, 적게 구비해 둬 아이가 분유를 게워 내기라도 해 오염되면 발을 동동 굴렀다. 하루는 아이가 연속으로 게워내서 스와들업이 모두 오염돼 새벽에 쿠팡으로 부랴부랴 스와들업을 주문하기도 했다. 스와들업이 배송되기를 어찌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배송완료 문자에 헐레벌떡 가질러 간 적도 있다. 여분의 스와들업이 있어야 안심이 됐던 내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고, 웃기다.
1개월 정도가 지나자 아이의 집중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늘어났다. 모빌을 10분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때가 많아진 것이다. 아이가 모빌에 집중하고 있을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여력도 늘어난다. 수유 후 트림을 시키고, 역류방지쿠션에 아이를 눕힌 다음 모빌을 틀어준다. 그리고 나는 설거지, 청소, 젖병 세척 등을 수유 텀마다 차근차근히 한다.
발달 촉진의 일환인 ‘터미타임’(Tummy Time)도 가능해지는 시기이기도하다. 터미타임이란 아이가 배로 엎드려서 있는 시간을 말한다. 아직은 바닥에서 할 수 없어 우리는 역류방지쿠션에 아이를 눕혀두고 했다. 처음엔 목을 드는 시간이 10초 남짓에 불과했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시간이 늘어난다. 아이의 터미타임 기록을 체크하는 것도 육아의 기쁨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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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하게도 이 시기 아이는 많은 발달을 이뤄냈다. 색깔도 흑백이 아닌 빨간색 등을 볼 수 있게 됐다. 모빌도 흑백에서 빨간색, 파란색 등으로 교체했다. 아울러 길면 1시간 이상 혼자 모빌을 볼 때도 있다. 또 엄마와 아빠가 주위에 있으면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청각도 발달하면서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동요를 불러줘도 곧장 집중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책을 보여주면 집중해서 보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터미타임도 바닥에서 목을 가누는 시간이 어느덧 6분을 넘겼다.
무엇보다 아이가 내 말에 반응해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나와 마주 보게 앉힌 다음 내가 입술을 삐쭉 내밀면, 아이도 눈을 번쩍 뜨고 입술을 삐쭉 내민다. 이때 ‘오옹, 그랬오요~?’라는 식으로 발음을 어눌하게 하면 아이가 ‘우웅’이라고 반응을 한다. 진짜 별거 아닌 상호작용이지만, 무척 재미있다. 아이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도 즐겁고, 아이가 대답(물론 대답이 아니겠지만)을 해준다는 것도 신기하다. 아이가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면서 아내와 서로 돌보겠다고 다툼이 일기도 한다. 보통 가위바위보로 정하는데, 만일 지면 아이 옹알이를 관찰하는 대신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진짜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