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현장에서] 핑크퐁 '상어가족송'은 왜 떴을까

  • 등록 2017-11-11 오전 10:25:12

    수정 2017-11-13 오후 4:17:4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추석 영유아 자녀들과 시간을 함께 보냈던 부모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동요는 무엇일까.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귀여운 뚜루루뚜루~ 바닷속 뚜루루뚜루~’로 시작하는 ‘상어가족송’이 아닐까. 연휴 동안 상어가족송은 영유아 부모 사이에서는 최고 히트송이었다.

상어가족송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지에서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중국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영어 수업 시간에 상어가족송 영어버전 노래를 틀어주기도 했다.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도 상어가족송을 막지 못했다.

상어가족송 유튜브 캡처 화면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지난 추석 연휴 3일 동안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상어가족송은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상어가족송이 담긴 유튜브 콘텐츠의 조회수는 지난달 기준 누적 10억건을 넘겼다. 올해 8월 이후 불과 2달 사이 조회수 5억건을 넘긴 것. 국내 유명 가수들도 좀처럼 넘보기 힘든 조회수다.

상어가족송이 발표된 시점은 2015년, 제작사는 스마트스터디다. 당초 모바일 교육업체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어린이용 콘텐츠 캐릭터 ‘핑크퐁’이 예상치 못한 ‘대박’을 내면서 각종 동요를 집중 제작했다. 상어가족송은 3000개에 이르는 스마트스터디의 동요·영상 콘텐츠 중 하나였다.

핑크퐁은 기획부터 중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염두하고 만들었던 기존 ‘뽀로로’나 ‘로보카 폴리’, ‘타요’ 등의 캐릭터와는 다른 ‘태생’인 셈이다. 혹자는 핑크퐁 내 상어가족송 등 각종 동요가 ‘우연한 기회에 의도치 못하게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마트스터디도 ‘예상치 못한 성공’이라는 평가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핑크퐁의 성공은 단지 ‘우연의 산물’로만 볼 수 없다. 사용자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 과정에 있다. 캐릭터 형태가 불완전하고 서비스 만족도가 낮아도, 일단 시작하고 사용자들의 반응과 사내 의견 개진에 따라 고쳐나간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핑크퐁의 기획과 개선 과정은 기존 애니메이션 업계와 분명 다르다. 비공개테스트후 베타버전을 출시하고 이후 정식 버전을 출시하는 과정을 거치는 페이스북 등 IT기업의 서비스 형태와 닮아 있다.

핑크퐁 산실 찾아가보니

지난 9일 저녁 ‘핑크퐁 상어가족송’을 제작한 스마트스터디를 찾았다. 스마트스터디 사무실 입구에는 거대한 핑크퐁 인형이 있었다. 스마트스터디의 대표작이자 제품이 바로 ‘핑크퐁’에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스터디 사무실 내 핑크퐁 인형
앞서 언급했다시피 스마트스터디는 인터넷 교육 업체로 시작했다. 동요도 유아동 콘텐츠 제작 목적에 따라 나왔다. 스마트스터디가 시작했던 2010년부터 동요, 게임 등 유아동 콘텐츠는 교육용 콘텐츠 중 하나였다.

투명한 사무실 벽 안에서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대부분 여성 직원이었다. 오예원 스마트스터디 팀장은 “게임 등을 제작하는 다른 사무실은 남성이 많다”고 귀띔했다. 오 팀장은 “유아동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 많다보니 이곳에서는 아이가 있는 워킹맘이 환영받는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이면서 제작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회의실 미팅은 팟캐스트 방송 제작 겸 인터뷰로 진행됐다. 핑크퐁의 큰엄마 격인 최정은 스마트스터디 이사와 오예원 팀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2010년 스마트스터디 출범 때 합류한 최 이사는 삼성출판사에서 유아동 도서 기획을 했다. 최 이사는 평소 동요와 어린이 율동에 관심 많았던 워킹맘이다.

스마트스터디가 이름과 달리 유아동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최 이사는 “스마트스터디는 아이폰, 아이패드가 한국에 들어올 때 시작했다”며 “이를 통한 교육용 콘텐츠 시장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이다보니 각자 관심사에 따라 일했다”며 “율동과 동요에 관심이 있었고 지금의 기업 문화와 상통하는 게 있어 실행에 옮겼다”고 덧붙였다.

핑크퐁 탄생의 가장 큰 기여자는 누굴까. 최 이사는 “핑크퐁은 어린왕자에 나오는 왕자와 사막여우를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는 의도에 따라 나왔다”며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를 중심으로 여러 팀원들의 의견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왕관을 쓴 핑크색 여우라는 의미에서 2010년 핑크퐁의 초기 모습이 만들어졌다. 지적재산권으로 정식 사업을 시작한 때는 2012년이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물론 2012년 이후에도 핑크퐁 캐릭터는 계속 수정됐다. 핑크퐁을 브랜드로 한 ‘핑크퐁 동요’도 계속 제작됐다.

핑크퐁 캐릭터 변천하
스마트스터디 팀원들은 핑크퐁 동요를 2분에서 3분, 길면 4분 정도의 노래 영상으로 제작했다. 단순 명료한 영상과 가사를 주무기로 삼았다. 덕분에 수십개에서 수백개 영상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일종의 다작 전략이다.

스마트스터디 관계자는 “다작이라고 해도 10편 동요 시리즈 당 8~9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된다”며 “기본 5개 언어로 제작되기 때문에 (동요 제작에) 들이는 품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돈은 벌까. 애니메이션 캐릭터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유튜브에서 10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해도 기업 운영에도 빠듯하다. 스마트스터디의 지난해 매출은 170억원 정도. 모바일 앱이 35%, 게임이 35%다. 손익분기점은 창업 1년만에 넘겼다. 삼성출판사가 관계사로 있었던 배경도 있지만 시작부터 교육 콘텐츠 제작이라는 명확한 사업 비전이 있었던 덕분이다. 최 이사는 “고른 성장을 하고 있고, 글로벌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부터 스마트스터디는 핑크퐁을 내세운 뮤지컬을 열고 있다. 당시 핑크퐁 뮤지컬은 전 좌석이 매진됐다. 다음달 12월 시작하는 핑크퐁 ‘상어가족’ 뮤지컬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최 이사는 “워낙 인기가 많아 좌석 예약이 금방 끝난다”고 말했다.

핑크퐁 성공 비결..앱 유통과 다작

핑크퐁의 성공 비결은 기존 유통 방식을 따르지 않았고,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낸 ‘다작의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연 앱 비즈니스에 창업 초기부터 집중한 전략이다.

기존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KBS나 EBS 등 방송사의 편성에 절대적인 의존을 했다. 뽀로로, 로보카폴리 등 2000년대 나온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EBS 방영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

뽀로로 제작사의 경우 초기 제작비 마련을 위해 저작권 권리를 여러 투자사에 나눠줬어야 했다. 기획부터 방영까지 집중적으로 인력과 자본이 드는 구조였다. 앱 비즈니스는 이런 애니메이션 유통 공식을 깼다. 스마트스터디는 ‘핑크퐁’이라는 이름의 유아동 콘텐츠 앱을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배포했다. 방송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유튜브라는 글로벌 영상 플랫폼은 핑크퐁 유통에 날개를 달아줬다. 유튜브 앱만 깔려 있다면 전세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우리 유아동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어가족송이 기록한 누적 10억 조회수 중 가장 높은 비중은 미국이다. 한국은 2위다.

또 다른 전략은 ‘다작전략’. 스마트스터디는 특정 콘텐츠를 띄우겠다고 의도하지 않았다. 상어가족송도 스마트스터디 내 제작자 입장에서는 ‘우연한 성공’이다. 핑크퐁 동요 수만 3000곡에 이른다. 상어가족송은 이중 하나다.

사용자 반응이 좋은 콘텐츠에 대해서 스마트스터디는 ‘빠른 반응’을 했다. 사용자들이 더 흥미를 끌 수 있도록 다양한 버전을 만드는 것이다. 최 이사는 “모든 동요를 10곡에서 12곡 시리즈로 만든다”며 “상어가족송도 동물 동요 중 하나였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다양한 버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작 전략은 또 다른 장점이 있다. 히트하지 못한 콘텐츠에 대한 관용이다. 사용자 반응이 적다고 해도 ‘실패’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른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면 된다. 특정 콘텐츠가 성공하지 못해 회사가 손실을 입는다거나, 제작자가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제작 구조’가 유지된다.

최근 준비중인 핑크퐁 애니메이션, 현재 제작·진행 중인 뮤지컬도 처음부터 의도됐던 게 아니다. 핑크퐁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상할 수 있게 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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