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지난 2008년 삼성그룹의 비자금사건으로 촉발된 특별검사 사태 이후부터 10년 가까이 ‘설(說)’만 난무했던 삼성 지배구조 개편이 이젠 가능성을 넘어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다.
일각에선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등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데다 비용부담도 커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있지만 포스트(post) 이건희 시대 지배권 확립 차원에서도 임시방편이 아닌 지주회사 체제로의 지배 개편은 필수적이다. 또 삼성이 최근 보여온 행보도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체제뿐 아니라 최종 종착점인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로 향하고 있다. 지난 수 년간 삼성 금융·제조 계열사간 지분 정리를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이 이를 방증한다.
수 년간 금융·제조계열 교차 지분 정리
이런 분석의 배경에는 생명이 2014년 물산 지분 4.79%를 매각하면서 제조계열 지분 정리와 함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전 상호출자 이슈까지 동시에 제거했고 올 초 삼성전자가 가진 카드 지분(37.45%)도 모두 흡수한 것을 꼽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계열의 제조 지분 매각, 제조계열의 금융 지분 정리를 통해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사나 삼성전자 중심의 제조지주회사 출범때 각기 다른 영역의 계열 지분을 보유할 수 없는 사전 지분조정을 진행해왔다”며 “이제 생명 보유 전자 지분을 제외하면 제조·금융 교차 지분조정은 대부분 마무리됐다”고 해석했다.
생명 보유 전자 지분 2대주주로만 낮추면 돼
19대 국회때도 법 개정 자체에 대한 반대논리보다는 예측 가능성을 부여해야한다는 측면의 논의가 많았고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도 유예기간을 7년(19대 법안은 5년)으로 연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이 관련법 개정까지 아무런 준비없이 손 놓고 있을 것이란 가정 자체가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은정 경제개혁연대 회계사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최대주주 지위를 2대주주로 낮추는 것은 장기간 조금씩 우호적 투자자에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전자 지분 매각차익에 대한 유배당계약자 배분 계획과 관련 (지주회사 승인을 해야할)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신중해야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측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나 현재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것은 없다”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과 관련해서 금융당국과 공식·비공식적으로 협의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