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계사분께 물어보니 그런 말을 합니다. “의견거절로 증권시장에서 퇴출되면 살아날 수도 있는 기업을 회계사가 죽였다며 온갖 소송에 휘말릴 텐데, 이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회계사들은 감사보고서 안에 한 줄 넣어 에둘러 표현합니다.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렵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2011년 동양의 감사보고서를 찾아보면 첫 페이지에서 이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에 투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자, 그럼 본격적인 분식회계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이번엔 골프장으로 빚을 감춘 동양레저에 관한 얘기입니다.
동양레저는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골프장을 담보로 동양생명으로부터 돈을 빌립니다. 기존 대출을 갚으려고 다른 데서 대출을 받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한 겁니다. 당연히 빚이 줄었을 리가 없지요. 하지만, 동양레저는 마치 골프장을 동양생명에 팔았고, 이렇게 들어온 매각대금으로 빚을 갚은 것처럼 꾸몄습니다. 동양레저는 매달 동양생명에 나눠 갚아야 하는 대출금과 이자를 회계장부에는 ‘임대료’로 기록함으로써 빚을 낸 사실을 숨겼습니다. 이렇게 감춘 빚이 2010년에만 2290억원에 달합니다.
기업 입장에선 당장 갚아야 할 빚인 ‘유동부채’가 작아 보이길 바라겠지요? 동양레저는 골프회원권 보증금에 대한 회계처리에서도 ‘마술’을 부렸습니다.
골프회원권은 전셋집 이용하듯이 보증금을 내면 일정 기간 뒤 계약을 갱신하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가 있습니다. 즉, 계약 기간이 지난 골프회원권 보증금은 회원이 당장 내 달라고 요구하면 내줘야 하는 ‘유동부채’인 것이지요. 하지만, 동양레저는 이를 천천히 갚아도 되는 빚, 즉 비유동부채로 분류했고 이렇게 잘못 분류한 빚이 2012년에만 2050억원에 달했습니다.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골프장도 담보 잡히고 당장 골프회원권 보증금도 내줄 돈이 없었던 동양레저. 이들에게 돌아온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는 검찰 고발과 전 대표이사 4명에 대한 수사 통보였습니다.